어느날 장교 열 명 가량이 시리비오네 집에서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진탕 술을 마셨고, 식사 후 우리는 주인에게 카드놀이 딜러가 되어 달라고 졸라댔다. 그는 거절했다. 그는 그 동안 카드 놀이에 잘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카드를 가져오라고 하더니 금화를 50개쯤 테이블 위에 좍 뿌려놓고 자리에 앉아 카드 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의 주위에 빙 둘러앉아 카드 놀이를 시작했다. 시리비오는 노름을 할 때,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옥신각신하거나 변명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다. 돈을 내는 사람이 계산을 잘못하면, 그는 즉시 부족액을 채워 지불하거나 남는 액수를 기록해 두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자기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을 버려 두었다. 그런데 우리 일행에는 부대로 갓 전속 온 장교가 한 사람 끼어 있었다.

그도 이 노름판에 함께했는데, 그만 실수로 카드의 귀를 지나치게 꺾어버렸다. 시리비오는 분필을 집어 계산을 전처럼 제대로 맞추어 놓았다. 그 장교는 이것을 보고 시리비오가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비오는 잠자코 카드 패를 계속 돌렸다. 장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우개를 집어 잘못 기록됐다고 생각한 부분을 지워버렸다. 시리비오는 분필을 집어 제대로 다시 적어 넣었다.

술과 노름에 취해 있었던데다 주위의 동료들이 웃는 소리에 발끈한 그 장교는, 자기가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인 구리 촛대를 들어 시리비오에게 던졌다. 시리비오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살짝 피했다. 우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시리비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벌떡 일어서더니 증오심으로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제발 여기서 나가 주시오. 그리고 이 일이 내 집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시오."

다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우리는 이 새로 온 친구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장교는 시리비오의 마음 내키는 대로 언제라도 좋으니 이 모욕에 대하여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내뱉고는 휭하니 나가 버렸다. 우리는 노름은 몇 분 더 계속했지만, 주인이 노름을 할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한 사람 두 사람 빠져 나와 각자 자기 숙소로 흩어져 돌아갔다.

이튿날, 마술 연습장에 나온 우리는 그 불쌍한 중위가 아직 살아 있는지 서로 물어보았다. 그 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바로 그 당사자가 불쑥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우리들은 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시리비오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우리를 꽤나 놀라게 했다. 우리는 시리비오에게 몰려갔다. 그는 뜰에 서서 대문에 붙여 둔 카드에 남은 한 발의 총알을 쏘려던 참이었다. 그는 어제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사흘이 지난 뒤에도 그 중위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정말 시리비오는 결투를 안 할 생각인가? 우리는 의아해 하며 서로 수군댔다. 시리비오는 끝내 결투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 중위의 무성의하고 짤막한 사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화해하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부대의 청년 장교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가 떨어졌다. 이 청년들은 평소부터 용기를 인간 최고의 미덕으로 보고 어떠한 악덕도 그것만 있으면 용서 받을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다. 용기의 부족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최악의 것이다. 그러나 차츰 이 모든 사건도 잊혀졌다. 시리비오는 그리고 이 사건 이전의 명망을 다시 회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