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무릎을 꿇었던 그의 뒷모습도, 그리고 그 옆 계단에 놓여있던 그의 모자도 그녀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자비로운 분이시니, 남편은 틀림없이 다시 돌아와 저곳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아들 둘을 양 옆에 하나씩 앉히고서 말이다. 조지는 저기에, 짐은 바로 여기에…
예배를 보면서 가만히 그 장소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그녀에게는 돌아온 세 사람이 그곳에 무릎꿇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두 아들의 훤칠한 뒷모습 사이로 남편이 앉아 늠름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며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공상은 점차 발전하여 거의 환상이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지쳐버린 눈을 계단으로 돌릴 때마다 거기에는 반드시 세 사람의 모습이 보이게 됐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는 아직 그녀의 영혼을 구제해주시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죄의 보상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육친을 자신의 야심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대가로 그녀가 치러야 하는 고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은 죄의 보상의 차원을 넘어 그녀의 마음은 거의 절망 상태에 빠졌다. 입항 예정일로부터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조안나의 눈과 귀는 언제나 그들 일행이 돌아오는 기척을 느끼곤 했다. 넓은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항구 위 언덕에 서면 멀리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로 남쪽으로 파도를 헤치고 가는 조그마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그녀는 그것이야말로 틀림없이 조안나 호의 돛대 꼭대기가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있을 때에도 큰길이 부두로 이어지는 마을 끝 창고 모퉁이에 뭔가 잘 알 수 없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외쳤다.
"저것 봐, 그들이 오고 있어!"
그러나 소리를 낸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일요일 오후면 언제나 교회 설교단 옆 계단에 무릎을 꿇었지만, 그녀가 보는 세 사람의 환영은 끝내 현실이 되어 나타나지 않았다. 가게도 이미 바닥이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독과 슬픔에 지친 나머지 그녀는 완전히 기운이 빠져버려서, 최소한의 상품조차도 들여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자 곧 마지막 손님마저도 가게에 발걸음을 끊었다.
에밀리 레스터는 이렇게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해 될 수 있는 대로 손을 써서 이 비참한 여인을 도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노력은 여지없이 거절을 당하곤 했다.
"너는 꼴도 보기 싫어! 네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단 말이다!"
에밀리가 찾아가서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 조안나는 언제나 목이 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조안나! 난 어떻게든지 네 힘이 되어주고 싶어. 그래서 너를 위로해주고 싶은 거야!" 에밀리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신분이 다르지! 돈 많은 남편과 멀쩡한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마나님 아니냐? 그런데 나처럼 죽지 못해 사는 이 머리 허연 할망구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냐?"
"조안나, 이렇게 하면 좋겠어… 이렇게 음산한 곳에 혼자 있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나와 함께 지내주렴!"
"그랬다가 만약 그들이 집에 돌아와서 내가 집에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들 사이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심보지? 싫어, 나는 여기 있을 거야. 나는 도대체 네가 싫단 말이야! 아무리 친절하게 해준다 해도 나는 전혀 고맙지 않아!"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자 아무 수입도 없는 조안나는 집과 가게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조안나도 이제 쉐이드랙과 아이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별 수 없이 레스터네 집 신세를 지겠노라고 승낙했다. 레스터는 삼층의 방을 그녀 혼자서 쓰도록 내어주고, 가족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주었다.
아내를 위하여 - 9. 그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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