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븐풀 시에 있는 성 제임스 교회의 내부는 무겁게 드리운 겨울 오후의 구름 때문에, 차츰 어두움이 짙어지고 있었다. 마침 주일 예배가 이제 막 끝나는 시간이었다. 설교대에 선 목사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자신의 임무에서 풀려놓여 적이 마음을 놓고 있었다. 모였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면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차례차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잠시 교회 안이 조용해지면서 멀리 방파제 근처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처럼 그 정적도 금방 깨어졌다. 교회 서기가 회중이 나갈 문을 열어 주려고 서쪽 문으로 가는 걸어가는 발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그러나 서기가 문 앞에까지 가기도 전에 문고리가 밖에서 벗겨지고 선원 옷차림을 한 사나이의 검은 그림자가 햇빛을 등지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서기가 옆으로 비켜서자, 선원은 조용히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았다. 그리고 교회 안으로 깊숙이 걸어가 설교단 앞 계단 근처에 섰다. 교구의 신자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기도를 드린 뒤, 자신을 위해서도 짤막한 기도를 드리고 있던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불청객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실례합니다.” 선원은 회중 모두에게 확실히 들릴만한 목소리로 목사에게 말을 건넸다. - “사실은 배가 조난을 당했는데 위험한 고비에서 구조를 받았기 때문에 그 감사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목사는 잠깐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나 이윽고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 “물론 좋습니다. 다만 여느 때라면, 그런 얘기는 예배를 보기 전에 미리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보통 감사기도에 그 말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난 뒤에 드리는 기도 형식이 있으니까 그거라도 읽어 드릴까요?”

“네, 네, 어떻게든 잘 좀 부탁드립니다.”

기도서 가운데 감사 기도가 실려 있는 페이지를 서기가 가르쳐 주자 목사는 곧 그것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선원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한 마디 한 마디 분명한 목소리로 목사를 뒤따라 읽었다.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일이 되어 가는 모양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그를 따라 기계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설교단 옆 계단 가운데에 혼자 떨어져서 가만히 무릎 꿇고 있는 선원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제단 쪽을 향하여, 모자를 옆에 두고 두 손을 모았다. 사람들의 눈에 자기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감사 기도가 끝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중도 일어서서 일동은 함께 교회당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선원의 얼굴에 조금밖에 남지 않은 햇빛이 비쳤다. - 그러자 오래 전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이 사나이가 요 몇 년 동안 헤이븐풀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젊은이 쉐이드랙 졸리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 마을 태생이었으나 어렸을 때 양친을 여의고 일찍부터 선원이 되어 뉴펀들랜드 상대의 무역 일을 했던 사나이였다.

그는 걸으면서도 마을의 이 사람 저 사람과 말을 주고받았다. 그는 몇 해 전 고향을 떠난 이래, 연안 항로를 다니는 조그만 쌍돛대 배의 선주 겸 선장이 되었는데 우연히 이번 폭풍우에 휩쓸렸다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배와 함께 무사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윽고 그는 자기보다 앞에서 교회를 나가는 두 처녀를 쫓아갔다.

이 두 처녀는 그가 조금 전 교회에 들어섰을 때 회중석에 앉아 있었다. 처녀들은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지금 함께 교회를 나오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 사람은 호리호리하고 온순해 보이는 처녀였고, 또 한 사람은 키가 크고 태도가 침착한, 몸집이 큰 처녀였다. 졸리프 선장은 처녀들의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며 등, 어깨와 발뒤꿈치 끝까지 잠시 싫증내지 않고 바라보았다.

"저 둘은 어디 사는 처녀들입니까?"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옆 사람에게 물었다.

"몸집이 작은 아가씨가 에밀리 해닝이고, 큰 쪽은 조안나 휘퍼드라고 하지요."

"아하! 그렇지, 이제 생각이 나는군요."

그는 처녀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다정한 눈초리로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에밀리, 나를 기억 못하겠소?" 그는 희색빛이 어린 푸른 눈을 처녀에게 향해 물었다.

"기억해요, 졸리프 씨." 에밀리는 수줍어하면서 대답했다.

함께 가는 처녀는 검은 눈동자로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조안나 양은 아무래도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그는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어렸을 적 일이나, 일가들의 일은 잘 알고 있지요."

세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졸리프가 얼마 전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건졌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동안, 어느덧 일행은 에밀리 해닝의 집이 있는 스루프 레인 근처까지 와 있었다. 에밀리는 방긋 웃고 고개를 까닥하고 나서, 남은 두 사람과 헤어졌다. 얼마 가지 않아 졸리프는 조안나와도 작별했다.

그는 이렇다 할 용건이나 다른 약속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에밀리 집쪽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스스로 계리사라고 말하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벌이가 신통치 않아 에밀리는 생계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손수 조그마한 문방구점을 하고 있었다. 졸리프가 들어가자, 이 부녀는 마침 차를 들던 참이었다.

"아, 벌써 차를 드실 시간입니까? 저도 한 잔 주실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