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얼마 되지 않아 전 재산을 털어서 돛을 두 개 단 배를 사들였다.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투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그 배의 선장이 되었다. 배를 사고 나서 얼마 동안은 가까운 연안을 다니면서 장사를 했다. 그러면서 쉐이드랙은 식품점을 하면서 몸에 배었던 육지 생활의 때를 벗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봄이 되기를 기다려 그는 드디어 뉴펀들랜드로 출발했다.

조안나는 자식들과 함께 집에 남아서 그를 기다렸다. 아이들은 이미 늠름한 젊은이로 자랐다. 그들은 항구와 부두 근처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곤 했다.

'저렇게 조금씩 일을 하는 것도 아마 괜찮을 거야.'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이야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만, 쉐이드랙이 돌아올 때쯤이면 항구에서 하는 일은 그만두게 하고, 가정 교사를 붙여서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는 거야. 그래봐야 저 애들은 기껏 열 일곱, 열 여덟 살이니까… 이제 손에 돈만 좀 들어오면 우리 아이들도 대수나 라틴어를 배우게 해야지! 그래서 에밀리 레스터네 두 아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신사로 만들어야지!"

쉐이드랙이 돌아온다고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그러나 이윽고 그날이 되었지만 그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원래 돛단배란 것이 도착 예정일보다 늦어지는 일은 다반사라며 걱정할 것 없다고 조안나를 위로했다. 사실이 그랬다. 원래 입항 예정일보다 무려 한 달이나 지난 어느 비오는 날 밤늦게 배가 항구에 돌아왔다는 통지가 왔던 것이다.

이윽고 문간에 선원들 특유의, 쉐이드랙의 발소리가 들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아이들은 밖에 나가고 없어서 아버지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조안나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재회의 기쁨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졸리프는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는지 설명했다. 한 건 잡을 수 있는 일을 맡았는데, 요행히 그게 들어맞아서 상당한 돈을 손에 쥐었다는 애기였다.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지. 어때? 이것을 보면 그래도 꽤 마음에 들 거야!"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콩나무에 올라갔던 재크가 거인을 죽이고 가져온 주머니처럼 쉐이드랙은 묵직하고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는 그 주둥이를 끄르고 속에 든 것을 꺼냈다. 난로 곁 낮은 의자에 앉아 있던 아내의 무릎 위로 일 파운드 금화며 일 기니짜리 금화(당시에는 아직 기니 금화가 유통되고 있었다)가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그 무게 때문에 그녀의 옷자락이 마루바닥에까지 축 늘어질 지경이었다.

"자, 어때?" 쉐이드랙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떻소? 내가 말하지 않았어? 꼭 뭔가 보여주겠다고 말이야. 어때, 응?"

그러나 돈을 손에 쥔 최초의 흥분이 가라앉자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 전처럼 환희의 빛이 반짝이지 않았다.

"참 많군요. 하지만… 이게 다예요?"

"이게 다냐고? 조안나,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그 한 무더기가 무려 삼백 파운드나 된단 말이오! 그만하면 한 재산이지!"

"그래요… 그건 그렇지요. 한 재산이라고 해야겠죠… 바다에선 말이에요. 하지만 육지에서는 그 정도는…"

그러나 그녀도 역시 당장은 돈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윽고 아이들도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일요일, 쉐이드랙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기도의 내용을 일반 감사 기도에 특별히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으로 기도를 드렸다.

이삼 일이 지나자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가 떠올랐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아내가 기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발했다.

"글세, 쉐이드랙… 그게 말이에요." 그녀는 대답했다. "우리야 돈을 백, 이백 이런 단위로 세지만, 저 건너집은 말이에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길 건너 맞은편 집을 고개짓으로 가리켰다. "천, 이천 이렇게 센단 말이에요. 당신이 장사를 나간 뒤로는 아예 쌍두마차를 타기 시작한 걸요."

"호오, 그랬어?"

"이것 봐요, 쉐이드랙. 당신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몰라요. 하지만 어쨌든 좋아요. 이 돈으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봐야죠. 어차피 저 집은 부자이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가난뱅이니까요."

그 뒤 일 년이라는 세월이 별로 하는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녀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집안과 가게 앞을 얼쩡거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전처럼 항구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조안나!" 어느 날 졸리프가 말을 꺼냈다… "당신 눈치를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벌어온 것으로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군."

"사실 그걸로 충분할 수가 없지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리 자식들은 레스터네가 갖고 있는 배나 부리면서 먹고 살아야 할 거예요. 나는 이래봬도 옛날에는 그 여자보다는 훨씬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다구요!"

졸리프는 아웅다웅 다투는 것을 싫어하는 사나이였다. 그는 입속으로 한 번 더 배를 타볼까 하고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그는 그 후 며칠 동안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부두에서 돌아오자마자 느닷없이 얘기를 꺼냈다.

"이봐, 여보. 한 번만 더 배를 타면 틀림없이 당신이 원하는 만큼 어떻게 해볼 수가 있을 텐데 말이야… 만약,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