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당신이 백이나 이백이 아니라, 천이나 이천 단위로 세게 해 주겠다는 얘기지."
"하지만 어떻게요? 만약이란 게 도대체 뭐예요?"
"만약 내가 우리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다면 말이오."
그녀는 낯빛이 변했다. 그리고 허둥대며 물었다. "여보, 도대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왜 그렇게 갑자기 놀라는 거요?"
"그런 말은 듣기도 싫어요! 끔찍해요! 아이들을 바다로 데려가다니! 그런 위험한 곳에 말이에요. 전 아이들을 신사답게 키우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바다에서 위험한 일을 시킬 것 같아요? 바다에 가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라구요. 이떻게 얘들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그래요, 도저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그래, 잘 알겠소. 그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그 다음 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조안나가 남편에게 물었다.
"이봐요, 만약 저 아이들까지 함께 가면 벌이는 훨씬 더 좋아지는 거예요?"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혼자 하는 것에 비하면 적어도 세 배는 더 많이 벌게 될 거요. 내 밑에서 일을 시키면 내가 두 사람 더 늘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그녀는 다시 물었다… "좀더 자세하게 얘기를 해봐요."
"그럽시다. 우리 애들은 말이야, 배를 다루는 일에서는 아주 뛰어난 재주를 타고났어. 타고난 선장감들이지. 북해라고는 하지만 이 항구 근처 모래톱들보다 특별히 더 위험할 것은 없단 말이오. 또 게다가 이 녀석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근처 바다에서 단련이 됐거든. 게다가 대담하기도 하고. 얘들보다 두 배 나이 먹은 어른이라 해도 얘들처럼 침착하고 믿음직스럽게 해내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바다는 너무 위험하잖아요? 게다가 곧 전쟁이 터질 것이란 소문도 있던데…" 그녀는 근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물론 위험한 일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 하지만…"
만약의 경우… 그러한 위험을 생각할수록 어머니의 가슴은 불안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 불안은 점점 커져서 그녀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에밀리가 갈수록 거만해지는 모습은 도저히 참고 볼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조안나는 남편을 붙잡고 건너편 집과 비교해서 자신들이 너무나 가난한 것을 한탄하고 바가지를 긁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아서 성격이 좋았다. 얘들은 항해로 모험을 하는 얘기를 듣자 꼭 하고 싶다고 나섰다. 그들도 아버지와 마찬가지였다. 그다지 바다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계획을 듣자 반드시 해보고 싶다며 열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모든 것은 어머니의 승낙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며 승낙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항해를 떠나도 좋다고 허락했다. 쉐이드랙이 특히 더 기뻐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나를 계속 지켜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꼬박꼬박 감사의 표시를 드렸다. 설마 하나님이 나처럼 믿음이 깊은 사람을 버리시지는 않을 것이다.
졸리프네의 재산은 모조리 이 항해에 쏟아 부었다. 가게의 물건도 거의 없어졌다. 이른바 이 '뉴펀들랜드 무역'을 마칠 동안 조안나가 살아갈 만큼의 물건만 남겨놓고 모조리 이 항해에 쏟아 부은 것이다. 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 쓸쓸한 세월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 것인지 그녀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지난번에는 아이들이 옆에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시련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격려했다.
배에는 장화와 단화, 기성복, 낚시 도구, 버터, 치이즈, 밧줄, 돛대며 그밖에 여러 가지 상품들을 실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에는 기름이며 모피, 생선 등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싣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갔다 오는 동안 다른 항구에도 들러서 장사를 하고 돈을 듬뿍 벌어들인다는 계획이었다.
***
배는 어느 봄 날 월요일 아침에 항구를 떠났다. 그러나 조안나는 배가 떠나는 것을 배웅하지 않았다. 결국 자기의 생각 때문에 생겨난 이 이별의 장면을 차마 자기 눈으로 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도 그걸 알았는지 그 전날 밤, 그녀에게 출항 시간이 내일 점심 때 조금 못 미쳐서라고 말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다섯 시에 잠이 깨었을 때 그녀는 아래층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바쁘게 돌아 다니는 것을 느꼈지만 일부러 내려가지 않고 자리에 누워 있었다.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짐작으로는 지난 번 항해처럼 이번에도 아홉 시쯤 집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한참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집안에는 남편의 모습도,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책에 분필로 쓴 글씨만 남아 있었다. 그것은 쉐이드랙이 급히 휘갈겨 쓴 이별의 편지였다. 새삼스럽게 이별을 하노라고 다시 한 번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그냥 떠난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편지 아래로 아이들이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쓴 글씨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