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드랙에게는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서 가게를 운영하고 키워갈만한 장사 수완이 아예 없었다. 보따리 장사꾼이 귀찮게 달라붙어 억지로 가게에 들여놓은 '기적적인 계란 대용품'이 있다고 치자. 이 물건이 정말 쓸만한지 손님이 물어보기라도 하면 그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도대체 푸딩 과자에 진짜 계란을 넣지 않고 계란의 맛을 낸다는 것은 도무지 억지 소리일 뿐입니다."
또 가게에 진열해놓은 '진품 모카 커피'가 진짜냐고 손님이 물으면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코딱지만한 가게에서야 그런 정도로 통하는 거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다. 무더운 햇빛이 맞은편 커다란 벽돌 저택을 반사하고 나와서 가게 안에까지 비추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부부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안나는 에밀리네 집 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현관에는 막 그 집을 방문한 어떤 부자 손님의 마차가 서 있었다. 최근 에밀리는 이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눈치였다.
"쉐이드랙, 사실 말해서 당신은 절대 장사꾼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조안나는 실망스럽게 중얼거렸다. "애초부터 장사꾼이 될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게다가 당신처럼 중간에 뛰어들어서는 도저히 재산을 모을 방법이 없어요."
무슨 일에나 아내의 의견을 고분고분 따랐던 쉐이드랙은 이번에도 그녀가 하는 말에 그대로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억지로 재산을 모을 생각은 전혀 없소." 그는 쾌활하게 말했다. "지금 이 상태만 해도 나는 충분해. 게다가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는 별 지장이 없지 않소."
자질구레한 물건이 담긴 병들 사이로 조안나는 다시 한 번 커다란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 그거야 물론 그렇죠." 그녀의 말투는 딱딱했다.
"하지만, 이것 좀 봐요. 에밀리 레스터가 설치는 것 좀 보라구요. 어때요? 옛날에는 정말 가난뱅이였는데 말이에요. 저 집 아들들은 틀림없이 고급 사립학교에 가겠죠. 그런데 우리집 아이들은 어때요? - 기껏해야 교구에서 운영하는 자선학교에 보내야 할 처지라구요! - "
쉐이드랙은 에밀리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에밀리 만큼 당신에게 잘해준 사람도 없지 않소!" 그는 기분좋게 말했다. "그렇지 않소? 당신이 그때 에밀리를 나에게서 떨어지도록 만들었지. 덕분에 에밀리와 나는 그 쑥스러운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결국 저 여자도 레스터씨가 청혼해왔을 때 승낙한 거 아니요?"
남편의 이 말에 조안나는 거의 미칠 정도로 흥분했다.
"옛날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요!" 그녀는 슬픔 때문에 얼굴이 파랗게 질릴 지경이었다. "아무튼 좀 생각해봐요. 당신이야 아무렇게나 살아도 좋겠지만, 아이들이나 저를 위해서 어떻게 좀 더 돈을 벌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보란 말이에요!"
"글세…" 쉐이드랙도 이제는 말투가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도 그 동안 분명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런 장사 체질이 아닌 것 같기는 해. 그걸 절실하게 느껴왔어. 나는 좀더 활개를 펴고 일할만한 곳이 필요해. 이런 데서 친구나 이웃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찔끔거리며 사는 건 내게 맞지 않아. 뭔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곳이 좋아. 나도 내게 맞는 일을 하면 누구 못지 않게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요."
"글세, 그렇게 좀 해 보세요! 그래, 당신에게 맞는 일이라면 어떤 게 좋을까요?"
"다시 배를 타야겠지."
선원의 아내란 거의 과부 생활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편을 일부러 집에 붙잡아둔 사람은 다름 아닌 조안나 자신이었다. 그러나 조안나의 그런 본능적인 생각조차 지금 그녀의 야심 앞에서는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틀림없이 잘할 수 있어요?"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지."
"그래서 쉐이드랙, 당신은 가고 싶은 거에요?"
"사실 그다지 재미가 있어서 가는 건 아니지. 바다에는 아무 즐거움도 없소. 조안나, 사실은 집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이 훨씬 더 좋다오. 솔직하게 말해서 나라고 해서 바다가 뭐 그다지 좋겠소? 이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당신이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얘기가 또 다르지. 나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뱃사람으로 자라난 경우에는 역시 재산을 모으려면 바다로 나가는 수밖에 없단 말이오."
"시간이 오래 걸릴까요? 돈을 모으는 데 말이에요."
"글세, 그거야 뭐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지. 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다음날 아침, 쉐이드랙은 옷장에서 옛날에 입었던 선원용 웃옷을 꺼냈다. 그것은 옛날 바다에서 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몇 달 동안 입고 다녔던 바로 그 옷이었다. 그는 옷의 좀을 털어낸 다음 그것을 입고 부두 쪽으로 갔다. 부두는 옛날처럼 흥청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뉴펀들랜드 무역 때문에 아직 제법 번화한 편이었다.
아내를 위하여 - 5. 우리를 위해 돈을 벌어요!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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