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는 이미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이마에도 깊은 주름살이 새겨졌다. 몸도 무척 여위고 가늘어졌고, 허리도 구부정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들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계단에서라도 에밀리와 마주치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가 어째서 나를 이곳에 데려왔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 그들이 돌아왔을 때, 내가 집에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해서 다시 나가버리게 하려는 거지? 그렇게 해서 내가 너에게서 쉐이드랙을 가로챈 복수를 하려는 거지?"

에밀리 레스터는 슬픔에 짓눌린 여인의 입에서 나오는 이러한 비난을 참았다. 그녀 역시 다른 헤이븐풀 마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쉐이드랙과 아이들은 모두 바다 밑 해초더미 사이로 사라져버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배가 난파한 것이 뻔하다고 체념해버린 지도 벌써 몇 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조안나는 밤중에 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에 문득 잠이 깨면 침대에서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길 건너편 가게 쪽을 내려다보곤 했다. 혹시나 그들이 돌아온 것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두 개의 돛을 단 조안나 호가 떠난 지 육 년이 지났다. 날씨가 궂은 어느 십이월의 밤이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안개가 마치 젖은 플란넬 천처럼 사람의 얼굴을 덮는 것 같았다. 조안나는 최근 들어서 좀처럼 느껴본 적이 없는 열정과 확신을 갖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평소처럼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열한 시쯤 잠이 들었다.

문득 깊은 한밤중에, 아마 한 시나 두 시쯤 됐을까? 그녀는 갑자기 깜짝 놀라 일어났다. 분명히 한길가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고, 쉐이드랙과 그녀의 아이들이 가게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걸쳤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에밀리네 저택의 융단을 깐 넓은 계단을 구르다시피 뛰어내려왔다. 그녀는 현관 테이블에 촛불을 켜 놓았다. 그리고 문의 빗장과 쇠사슬을 벗겨내고 한길로 뛰어나갔다.

부두에서 한길로 몰려오는 안개 때문에 바로 눈앞에 있는 가게의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큰길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거기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불쌍한 여인은 미친 듯이 맨발로 길거리를 왔다갔다 헤맸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사람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옛날에는 자기 집이었던 가게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집 문을 있는 힘껏 두드렸다…

자기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은 이날 밤 여기에서 아침까지 자고 있는 것이다. 그게 틀림없다… 이윽고 몇 분 뒤 이층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 얼굴을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얼마 전 이 가게를 새로 빌린 젊은 사나이였다.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가게 앞에 서 있는, 바짝 여윈 사람 그림자가 그의 눈에 띄었다.

"누군가 여기에 찾아오지 않았소?"

그 그림자는 이렇게 물었다.

"아이구, 졸리프 부인이셨군요. 전 누구신가 했습니다."

사나이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덧없는 기대에 의지한 채 간신히 서 있는 그녀의 그 간절한 마음이 그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리라. 젊은 사나이는 말했다.

"아뇨, 아무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