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동안 내 친구는 타오르는 불길 한가운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열 일곱이 될 때까지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세 번째 기회가 찾아왔네. 옥스퍼드 장학생 선발시험을 보려고 마차로 패딩턴 역에 가던 중이었네. 그때는 아주 순간적으로 힐끗 보았을 뿐이야. 이륜마차 창문에 팔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제법 그럴싸하게 출세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그 문과 벽이 나타나지 뭔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리고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치더군."

"마차는 덜커덕거리며 길을 달리고 있었어. 나는 그때 너무나 놀라서 그 길을 지나 모퉁이를 돌 때까지도 마차를 멈출 생각을 하지 못했네. 나는 내 의지가 방향이 다른 둘로 나뉘는 기묘한 순간을 경험했어. 나는 마차 천장의 조그만 문을 두드렸네. 그리고 팔을 내려 시계를 꺼내려고 했네.

마차꾼이 금방 '네, 무슨 일이신데요?' 하고 묻더군. 나는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오. 내가 뭔가 잘못 안 모양이오! 시간이 별로 없소. 그냥 갑시다!' 라고 소리쳤어. 마차는 그대로 계속 달려갔지…"

"난 장학금을 받게 되었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통지를 받던 날 밤 나는 우리집 이층의 작은 내 서재에서 난롯가에 앉아 있었어. 아버지는 좀체로 칭찬하는 일이 없었지만 그날은 칭찬과 함께 여러 가지로 좋은 충고를 해 주시더군.

나는 애용하던 파이프를 피우며 - 청년들이 좋아하는 불독처럼 뭉뚝하게 생긴 파이프였지 - 그 길고 하얀 담장의 초록색 문을 생각했네. '만일 그때 마차를 세웠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장학금을 놓쳤을 거야. 그리고 옥스퍼드에도 들어가지 못했겠지.

그리고 내 경력도 엉망이 되었을거야! 그러고 보면 나도 이제 사리를 제법 판단하게된 모양이야! 내 결론은 그런 것이었어. 나는 깊이 생각한 끝에 내 출세를 위해서라면 마법의 정원 따위는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걸세."

"그리운 그 정원의 친구들, 그리고 그 맑은 분위기… 물론 그것들은 내게 무척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었어. 하지만 그때 내 생각으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 같았어. 바야흐로 나는 현실에 대해 점점 집착하게 되었던 걸세. 나는 다른 문, 즉 출세의 문이 내 앞에 열려 있는 것을 보게 된 거야."

그는 다시 난롯불을 들여다보았다. 한 순간 장작이 활활 타올랐다. 그 붉은 불빛이 그의 얼굴에 떠오른 굳센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네…"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난 출세를 위해 노력해왔네. 많은 일을 했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도 많았어. 그러나 나는 그 황홀한 정원을 수천 번이나 꿈꾸었다네. 그리고 그 이후 네 번이나 그 문을 보았다네. 그래, 네 번씩이나 말이야. 비록 힐끔 본 것이었지만 말일세.

한동안 나는 이 세상이 무척 눈부시고 흥미롭게 느껴졌지. 의미가 있고, 훌륭한 기회로 가득찬 것 같았어. 거기에 비해서 그 정원의 매력은 이미 절반쯤 사라진데다 거리가 멀고 희미하게 느껴졌네.

아름다운 여인, 유명 인사들을 만나러 만찬회에 가는 사람이 표범 따위를 쓰다듬을 생각이 들었겠나? 옥스퍼드를 졸업하자 나는 전도 유망한 청년으로서 런던에 진출했지. 사실 만만찮은 실적도 올렸어. 꽤 성공을 거둔 셈이지. 그러나 물론 실망스러운 것도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