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치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월리스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 "난 못 들은 척했어." 그는 말했다. "그러자 커너비가 갑자기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그러더군. 나는 정말이라고 우기면서 옥신각신했지. 그리고 나는 그 초록색 문이 있는 곳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어. 십 분이면 그곳으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 걸세.
내 말을 듣고 커너비는 정색을 하더군. 꼭 바보 같은 그 표정 말이야. 그러면서 자기들을 데리고 가서 증거를 보여 주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그러는 거야. 자네 커너비에게 팔을 비틀려 본 적이 있나? 그렇다면 내가 얼마나 혼이 났는지 충분히 짐작할 거야. 나는 끝까지 정말이라고 우겼네.
당시 애들이 커너비에게 당하고 있어도 전교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도와줄 학생이 없었지. 크로쇼가 한두 마디 끼어들기는 했지만 커너비를 당할 수가 있나. 카너비 녀석은 그날 아주 좋은 사냥감을 하나 잡은 셈이지. 난 흥분해서 귀가 빨개지고 겁도 나더군. 난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한 셈일세.
나는 결국 나를 협박하는 그 애들 여섯 명을 이끌고 그 정원을 찾아갔네. 나 혼자서 그 마법의 정원을 찾아가지 않고 말일세. 놀려대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에 차서 겁을 주는 그 녀석들을 끌고 말이지. 나는 뺨이랑 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은 쑤시고 아팠네. 더할 수 없이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고통스러웠지."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그 하얀 벽과 초록색 문을 찾아내지 못했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찾을 수 없었다, 그 말이야. 정말 찾을 수만 있었으면 난 그 애들을 데리고 갔을 거야… 나중에 나 혼자 갔을 때도 결코 찾아낼 수 없었어. 다시는 찾지 못했어. 그후에도 학교에 다니면서도 계속 그곳을 찾아 봤지만 한번도 찾아 내지 못하고 말았다네… 단 한번도 말이야!"
"그날 그 녀석들이 무척 괴롭혔겠구먼…"
"아주 지독하게 당했지… 커너비는 내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했다면서 회의까지 열었다네. 그날 내가 울었던 흔적을 감추려고 집에 가서 몰래 이층으로 올라갔던 것을 기억할 수 있네. 그렇지만 내가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던 것은 결코 커너비 때문은 아니었어. 그 정원, 내가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그 아름다운 오후, 아름답고 다정한 여자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 때문이었지. 다시 한번 배우고 싶은 그 놀이, 그 잊어버린 아름다운 놀이 때문이었어…"
"그 녀석들에게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어. 그후로 보낸 시간은 모두 형편없었지. 밤에는 울고 낮에는 멍청하게 넋을 잃고 있었지. 두 학기 동안 내내 게으름을 부려서 성적이 뚝 떨어졌지. 자네 기억나나? 물론 기억하고 있겠지. 자네가 산수에서 나를 이기지 않았나. 그래서 난 다시 한번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네."
담장의 문 - 6. 출세를 위해서라면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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