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온 모스턴 양은 금발 머리의 젊은 여자로 조그만 몸매에 고급 양복을 입고 있었다. 특별히 아름답진 않으나 귀염성 있는 얼굴이었고, 특히 푸른 눈이 아름다웠다. 의자에 앉은 모스턴 양의 입술과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으로 보아 큰 걱정이 생긴 것 같았다.
"홈즈 씨, 저는 포레스터 부인 댁에서 가정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부인이 언젠가 당신 도움으로 중요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좀 의논을 해볼까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포레스터 부인의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스턴 양, 제게 의논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겁니까? 얼마든지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제 아버지는 인도 주둔군의 어느 연대에 근무하는 장교였습니다. 저는 17살까지 에딘버러 기숙 학교에 들어가 있었어요. 어머니도 이미 돌아가셨고, 가까운 친척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 해 12월 3일, 그러니까 4년 전에 아버지께서 1년간 휴가를 얻어 인도에서 런던으로 오신다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전보에는 랭검 호텔로 오라고 써 있더군요. 저는 기뻐서 곧 그 호텔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호텔 직원은 모스턴 대위가 묵고 있지만, 어제 저녁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으니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꼬박 하루를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신문에 아버지를 찾는 광고를 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아버지의 행방은 알 수가 없습니다."
모스턴 양은 눈물을 머금고, 말소리마저 가늘어졌다.
"아버지의 짐을 보셨습니까?"
"네. 호텔에는 옷과 책이 조금 있고, 인도 남부 앤더맨 섬에서 가져온 선물이 있더군요. 앤더맨 섬은 군사재판을 받은 병사들의 영창이 있는 곳인데, 아버지는 그곳 경비대장이었습니다."
"런던에 아버님을 아는 분이 계신가요?"
"아버지와 함께 인도에서 근무했던 솔트 소령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때 어퍼노이드에 살고 있어서 그 분께 아버지 소식을 물어 보았지만 그분은 아버지가 돌아온 것도 모르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이상한 일이군요."
"이상한 건 그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6년 전 5월 4일의 일입니다. 이상하게도 신문 광고에 저의 주소를 찾는 광고가 났더군요. 제가 포레스터 부인 댁 가정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광고주의 주소가 없어서 저도 같은 신문에 제 주소를 올렸지요. 그러자 그날 저에게 작은 상자 하나가 소포으로 왔더군요. 그 안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진주가 하나 있을 뿐 편지도 없었습니다. 그 후 해마다 똑같은 날 똑같은 소포로 그런 진주를 한 개씩 보내 왔습니다. 저는 아직 그걸 보내 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보석상에 물어 봤더니 그 진주는 아주 비싼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진주를 여기 가져왔습니다."
모스턴 양은 작은 상자를 열어, 6개의 아름다운 진주를 보여 주었다.
"무척 재미있군요. 그밖에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네, 사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이런 편지를 받아서 급히 달려왔어요. 좀 읽어보세요."
홈즈는 편지를 받아 겉봉을 훑어보았다. "런던 남서구 우편국 7월 7일자 소인이군요. 엄지손가락 지문이 남아 있는데, 아마 우편 배달부 것이겠죠?" 그는 겉봉을 뜯어 읽기 시작했다.
'오늘 밤 7시 리디엄 극장 바깥 왼쪽에서 세 번째 기둥이 있는 곳으로 나와 주십시오. 당신은 억울하게 불행을 당했기 때문에 이제 그 대가를 얻게 됩니다. 의심스러우면 친구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와도 좋습니다. 단, 경찰에게는 알리지 마십시오. 경찰에 알리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친구로부터'
"정말 이상한 편지로군...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선생님이 좀 알려 주세요."
"그렇다면... 저와 와트슨이 오늘 밤 당신과 함께 가는 게 어떻습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6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시간이 늦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참, 소포 글씨와 이 편지 글씨가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소포 포장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모스턴 양은 종이를 6장 꺼냈다.
"당신은 빈틈이 없군요. 이 글씨들은 같은 사람이 일부러 다르게 쓴 것이 분명합니다. 혹시 아버지 글씨 같지는 않습니까?"
"전혀 다릅니다."
"그래요? 그럼 6시에 만나기로 하죠. 편지는 제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자세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모스턴 양은 힘을 되찾은 듯 바삐 돌아갔다. 홈즈는 모스턴 양이 돌아가자 편지를 내게 보여 주었다.
"이 편지 글씨를 보고 편지를 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 가는 게 없나?"
나는 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깨끗하고 알아보기 쉽군. 이 사람은 사무적이고 퍽 건실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러나 홈즈는 머리를 저었다. "그 반대야... 건실한 사람은 글씨를 쓸 때도 길고 짧은 것을 똑똑히 구별하지. 그런데 이 글씨들은 높낮이가 모두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홈즈는 외출 준비를 하며 말했다. "조사할 게 좀 있어서 나갔다가 한 시간 후에 돌아오겠네." 그리곤 홈즈는 나가 버렸다. 나는 창가에 기대어 모스턴 양의 모습을 떠올렸다.
네 개의 서명 (코난 도일) - 2. 사건의 시초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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