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이야기할 이상한 사건의 주인공이 찾아오던 날 나는 따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셜록 홈즈와 함께 관찰과 추리에 대해 다양하게 토론했다. 내가, 관찰과 추리는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홈즈는 머리를 저었다.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와트슨. 자네는 오늘 아침 위그모어 가의 우체국에 갔어. 이건 관찰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지. 하지만, 자네가 거기서 전보를 한 장 쳤다는 것을 알아 내는 건 추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이거 놀랍군. 두 가지 다 제대로 맞췄어. 오늘 아침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우체국엘 다녀왔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이야기해 볼까? 자네의 구두에 진흙이 묻었더군. 요새 위그모어 가에서는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우체국에 가려면 그 곳을 지나지 않으면 안되지. 그런데 그곳 진흙은 다른 곳의 흙과 색깔이 달라. 그래서 나는 자네가 우체국에 갔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네."
"음, 그러면 전보를 쳤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냈나?"
"오늘 아침 쭉 자네와 함께 있었지만 편지 쓰는 것도 못 보았고, 또 열어 놓은 책상 서랍에 우표와 엽서가 많이 남아있더군. 그런데도 일부러 우체국에 간 것은 전보를 치기 위한 목적이지 않을까? 이런 것이 추리라는 걸세."
"이제 관찰과 추리의 차이점을 알겠어. 자네의 추리가 이렇게 날카로울 줄은 몰랐어. 그럼 더 어려운 문제를 내 보지. 얼마 전 회중 시계를 하나 얻었는데, 이 시계의 원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맞혀 보게."
나는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홈즈에게 내주었다. 홈즈는 시계의 무게를 달아 보더니 글자판을 살폈다.그리고 뚜껑을 열어 속을 살펴 보기도 하고, 나중에는 렌즈를 꺼내어 자세히 조사도 했다. 그리고 시계를 돌려주었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듯한 그의 표정을 보고, 나는 은근히 기뻤다.
"그 시계는 얼마 전 분해해서 소제를 했군. 속이 아주 깨끗한걸."
"원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나?"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충은 추리가 되네. 우선 그 시계는 자네 아버지가 자네 형에게 물려준 것같은데, 어떤가?"
"맞아. 뒤에 H.W 라고 이니셜이 새겨져 있지."
"W는 와트슨의 머리 글자일테고... 시계의 제작 연도는 50 년 전쯤, 새긴 글자가 꽤 낡았어. 즉 우리 부모들이 살던 시대 물건이란 말일세. 또 이런 귀중품은 아버지가 장남에게 물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 그래서 자네 형이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지."
"거기까진 틀림없어. 그리고 또?"
"자네 형은 느리고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 같아. 포부는 컸지만 여러 번 실패를 했어. 돈을 벌기도 했지만 대체로 가난하게 살았고, 죽을 때는 거의 알코올 중독자였지. 어떤가?"
나는 벌떡 일어나 방안을 오락가락 했다. "홈즈, 자네가 이렇게 남의 약점을 헐뜯다니... 자네는 죽은 내 형에 대해 조사해 놓았다가 지금 시계를 보고 안 것처럼 말하는군. 너무 심하지 않나?"
내가 갑자기 화를 내자, 홈즈는 무척 당황한 모양이었다.
"와트슨,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네. 내가 추리에 열중한 탓에 자네의 슬픈 기억을 건드렸나 보군. 하지만 난 자네에게 형이 있었다는 것조차 이 시계를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네."
"하지만 너무 사실 그대로 맞추지 않았나, 어떻게 알아냈는지 얘기해 주게."
"나는 대충 짐작으로 말한 게 아니야. 시계를 보고 알아 냈을 뿐일세. 자네 형이 게을렀다고 한 것도 시계 아래쪽에 눌린 자국이 두 군데 있는 걸 보고 안 것이지. 시계에 작은 흠집이 많은 건 호주머니 속에 동전이나 열쇠 꾸러미와 함께 가지고 다닌 증거야. 값진 시계를 아무렇게나 다룬 걸 보면 뭔가 허술한 사람이었을 테고, 또 이런 고급 시계를 물려줄 정도라면 다른 재산도 많이 물려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지."
나는 정말 그렇다고 수긍했다. 홈즈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영국의 전당포는 시계를 전당 잡을 때, 시계 뚜껑 안에 전당포 번호를 작게 새겨 놓는다네. 확대경으로 보니 그런 번호가 네 개나 있더군. 그래서 자네 형이 가끔 돈에 쪼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네. 그리고 태엽을 잘못 감아서 생긴 상처가 많은 걸 보고 시계 주인이 술에 취해 떨리는 손으로 태엽을 감았다는 걸 짐작했네."
"자네 설명을 듣고 보니, 지레짐작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겠네. 그것도 모르고 화낸 것을 용서하게."
"아니,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야. 하긴 요새 너무 따분하던 참이라, 이런 추리라도 하고 나니 머리가 한결 개운하군. 무슨 재미 있는 사건이라도 없나? 원 참..."
그 때, 문이 열리면서 하숙집 아주머니가 명함을 한 장 가지고 들어왔다. "저... 젊은 여자 분이 면회를 청하는데요."
홈즈는 명함을 받아 보았다. "메어리 모스턴 양? 처음 듣는군.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무슨 사건을 가지고 온 모양이군." 이렇게 말하며 그는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네 개의 서명 (코난 도일) - 1. 추리학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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