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원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 국장이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에게 40 루블이 아닌, 무려 60 루블이나 되는 상여금을 지급했던 것이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에게 새 외투가 필요하다는 걸 국장이 미리 알아차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이 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아무튼 그의 손에는 20 루블의 가욋돈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어서 일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두세 달 정도 더 배를 곯고 난 결과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80 루블의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어느 때건 지극히 평온하기만 하던 그의 심장도 이번만은 거세게 뛰었다. 바로 그 날 그는 뻬뜨로비치와 함께 옷감을 사러 나갔다. 그들은 아주 좋은 나사 옷감을 살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벌써 반년 동안이나 오직 이 일만을 생각해온데다, 가격을 알아보려고 거의 매달 옷감 가게에 들르곤 했으니 말이다.
재봉을 할 뻬뜨로비치 역시 이보다 더 좋은 나사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안감으로는 포프린을 쓰기로 했다. 뻬뜨로비치의 말을 빌리자면 포프린은 올이 가는 고급 천이어서 보기에도 좋고, 반지르르한 것이 오히려 비단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담비 털가죽은 너무 비싸서 사지 않고, 그 대신 가게에 갓 들어온 것으로 제일 좋은 고양이 털가죽을 골랐다. 이것 역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담비 털가죽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만큼 좋은 물건이었다.
뻬뜨로비치는 외투를 만드는 데 꼬박 2 주일이나 걸렸다. 솜 넣는 데를 그렇게 꼼꼼히 누비지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느질삯으로 뻬뜨로비치는 12 루블을 받았다. 절대로 그보다 싸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뻬뜨로비치는 명주실만을 써서 촘촘하게 이중으로 외투를 꿰맸고 게다가 꿰맨 자리마다 일일이 이빨 자국을 내 가며 꼼꼼하게 줄을 세우기까지 했던 것이다.
몇 월 며칠이었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튼 뻬뜨로비치가 새로 만든 외투를 갖고 온 날은 분명히 아까끼 아까끼에비치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뻬뜨로비치는 아침 일찍 외투를 들고 왔다. 마침 관청으로 출근하기 조금 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시간을 맞춰 외투를 들고 왔는지 모르겠다. 벌써 추위가 만만찮은 날씨였지만, 앞으로는 더욱 날씨가 추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뻬뜨로비치는 마치 일류 재봉사와 같은 모습으로 외투를 싸 들고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까지 아까끼 아까끼에비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기가 만든 것이 결코 시시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껏해야 안감이나 깁고, 낡은 옷이나 수선하는 그런 재봉사와 이렇게 새로운 외투를 직접 짓는 그런 재봉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그런 표정이었던 셈이다.
그는 외투를 싸들고 온 커다란 보자기를 풀렀다. 그 보자기는 세탁소에서 방금 가져온 것이어서, 그건 다시 접어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끄집어낸 외투를 펼쳐들고 자못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것을 다시 한 번 살폈다. 그리곤 두 손으로 외투를 받쳐들고 익숙한 솜씨로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뻬뜨로비치는 그리고 나서 등에서부터 밑으로 손으로 가볍게 매만져 옷자락을 반듯하게 당겨주었다. 그리고 앞섭이 약간 벌어지게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몸을 외투로 감쌌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그래도 약간 불안해져서 팔 소매 길이를 확인했다. 뻬뜨로비치는 소매에 팔을 끼우는 것도 도와주었다. 소매 역시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외투는 완전히, 맵시 있게 몸에 착 맞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뻬뜨로비치는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빼놓지 않았다. 자기가 뒷골목에서 간판도 걸지 않고 일을 하는 처지이고, 더욱이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와는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옷을 헐값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이걸 만약 넵스끼 거리에서 만들었다면 품삯만 해도 75 루블은 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이 점에 대해 굳이 더 뻬뜨로비치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뻬뜨로비치가 버릇처럼 터무니없이 불러대는 엄청난 액수에 대해서는 말만 들어도 겁부터 났다. 그는 돈을 치르고, 고맙다는 치하를 한 후 새 외투를 입은 채 곧장 직장으로 출근했다. 뻬뜨로비치는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를 뒤따라 나와 길거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멀리서 외투를 지켜봤다. 그리고 일부러 골목길을 달려 큰 길거리로 빠져 나와 다시 한 번 자기가 만든 외투를 다른 방향에서, 즉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한편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더없이 흐뭇한 기분이었다. 그는 매 순간 어깨에 새 외투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흡족해 그는 몇 번이나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두 가지 좋은 점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는 우선 따뜻하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멋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게 이미 관청에까지 와 있었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수위실에서 외투를 벗어 외에서 아래까지 검사해본 뒤, 잘 간수해달라고 수위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그 '싸개'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 외투가 생겼다는 소문이 관청에 쫙 퍼졌다. 모두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새 외투를 구경하려고 수위실로 달려왔다.
모두들 앞을 다투어 축하와 칭찬하는 말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으나 나중에는 어딘지 낯이 뜨거울 지경이었다. 모두들 그를 둘러싸고 새 외투를 장만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잔 사야 한다느니, 사무실 동료들을 위해 파티를 열어야 한다느니 떠들어댔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정신이 얼떨떨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무슨 구실을 붙여 적당히 거절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거의 5,6 분 동안이나 이렇게 시달린 뒤에야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간신히 이건 그리 좋은 물건이 아니다, 중고품이나 다름없는 그런 물건이라고 어린애 같은 거짓말로 곤경을 모면하려고 했다.
결국 동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섰다. 그는 부과장의 지위에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가 결코 거만한 사람이 아니며, 부하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그럴싸한 제의를 했다. 즉 "아까끼 아까끼에비치 대신 내가 오늘밤 파티를 열 테니, 오늘 저녁은 다들 우리 집으로 와서 차라도 한 잔 하는 게 어떨까? 마침 오늘이 내 세례명 축일이거든..." 하고 제안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부과장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기꺼이 그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적당한 구실을 붙여 거기서 빠지려고 했으나,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였다. 다들 나서서 그건 실례라느니, 창피한 줄을 알라느니,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하며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있다 생각해보니 아까끼 아까끼에비치 역시 밤에 새 외투를 입고 외출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이날 하루는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에게는 마치 명절이나 다름없는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외투 - 7. 드디어 새 외투를 입고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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