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관리들은 이른바 공무원 식 위트를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그를 풍자하고 골려먹기에 바빴다. 그들은 전혀 근거도 없는 얘기를 만들어내 그의 앞에서 떠들어대곤 했다. 그의 하숙집 주인은 나이가 70이 넘은 할망구였다.

젊은 관리들은 이걸 빌미로, 아까끼 아까끼에비치가 노상 그 할망구에게 얻어맞고 지낸다느니, 결혼식은 언제 올릴 계획이냐느니 하고 짓궂게 묻곤 했다. 그러다가 심지어 종이 조각을 잘게 찢어서 눈이 내린다며 그의 머리 위에서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이런 짓궂은 장난에 대해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마치 그런 모습들이 자기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리고 사실 그가 일을 하는 데도 그러한 장난은 별로 방해가 되지 못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심하게 장난을 걸고 조롱해도 그는 서류에 글자 하나 틀리게 쓰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장난이 도를 지나쳐 드디어 사람들이 그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리면서 일을 방해할 정도가 되면 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나를 좀 내버려두시오. 왜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음성과 말투에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사람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그 무언가 말이다.

그래서 어느 땐가 그 관청에 새로 임명돼 왔던 어떤 청년 관리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를 놀려대다가 갑자기 무엇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을 바꿔 장난을 그만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청년의 눈에는 모든 사물이 갑자기 변했다.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그를 여태까지 교제해왔던 사람들과 완전히 갈라지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 그 청년은 그 사람들을 예의바르고 사교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청년은 그 후 오랫동안,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시간을 보내곤 하다가도 갑자기 그 이마가 벗겨지고 키가 작달막한 어떤 관리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 모습과 함께 "나를 좀 내버려두시오. 왜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요!"하는,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애처러운 말소리가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곤 했다.

이 애처로운 말 속에는 "나도 당신의 형제 아닙니까?" 하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면 이 가엾은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리곤 했다. 그리고 그 후 평생을 통해 이 청년은 인간의 내면에는 얼마나 비인간적인 요소가 많이 숨겨져 있는가를 눈앞에 보고 몇 번씩이나 무서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교양이 많고 세련된 상류 사회의 사람들, 심지어 고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세상의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의 내면에도 그런 잔인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야수성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그는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만큼 자기 직무에 충실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기 직무에 충실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사실 부족했다. 그는 자기가 맡은 업무에 진정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공문서를 정서(淨書)하는 하찮은 일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다채롭고 즐거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글자 가운데 몇몇 글자를 특히 좋아해서 서류에서 그 글자가 나오기만 하면 금방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졌다. 그리곤 눈을 찡긋하며 입술까지 씰룩거렸기 때문에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그의 펜이 무슨 글자를 쓰고 있는지 얼마든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그의 열성에 맞추어서 관청이 포상을 했다면, 아마 그는 틀림없이 지금쯤 오등관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스스로는 깜짝 놀라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가 열성적으로 근무한 결과 그가 얻은 것은 주위의 짓궂은 동료들의 말마따나 관리 제복의 단추와 엉덩이의 치질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기는 그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 관심을 보인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마음씨 착한 국장 한 사람이 그에게 평범한 공문서 정서가 아닌, 보다 중요한 일을 맡기려고 명령한 적이 있었다. 그 국장은 그의 장기간 근속을 표창하려는 의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새로 맡겨진 일은, 이미 작성된 서류를 기초로 하여 다른 관청에 보낼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새로운 일이라고 해 봐야 별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류 제목을 새로 붙이고, 몇 군데 동사를 일인칭에서 삼인칭으로 바꾸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에게는 이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새로운 일을 맡아 연방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속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하소연했다. "이 일은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저는 역시 서류 정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영원히 정서 업무에 남아있게 되었다. 그에게는 정서하는 일 외에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옷차림 따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래 초록색이었던 제복은 이제 붉은 빛이 감도는 누런 옷감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원래 목이 그다지 긴 편도 아니건만, 옷깃이 워낙 좁고 낮아서 마치 목이 위로 쑥 빠져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러시아에 와 있는 외국인들이 몇 십 개씩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석고로 만든 고양이 새끼처럼 목이 유난히 길어 보였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제복에는 언제나 마른 풀잎이나 실오라기 같은 게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는 또 아주 특수한 재능을 하나 갖고 있었다. 길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이 창문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바로 그 순간에 기가 막히게 그 창문 밑을 지나가는 그런 재능 말이다. 그래서 그의 모자에는 언제 보아도 수박이며 참외 껍질 따위가 얹혀져 있었다.

그는 날마다 길거리에서 벌어지곤 하는 일,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눈치가 빠르고 머리 회전이 빠른 젊은 관리들은 그런 일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다. 그래서 길 건너편 보행 도로를 걷는 사람의 허리띠가 헐거워 바지가 좀 느슨하게 쳐진 것까지도 재빨리 발견해서는 연방 킥킥거리며 웃지 않는가.

그러나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로 말하자면, 설사 눈으로 뭔가 보고 있다 하더라도 진짜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거기에서 또박또박 단정하게 쓰여진 자신의 필적을 거기에서 발견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가끔 느닷없이 자기의 어깨 너머로 말 대가리가 하나 튀어나와 얼굴에다 콧김을 훅 불어댄다거나 하는 일이 생겨야 그는 비로소 자기가 지금 관청의 서류 더미 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고, 길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집에 돌아오면 그는 곧 식탁에 덤벼들어 굶주린 사람처럼 수프를 훌훌 마시고 맛 따위야 가리지 않고 고기와 양파를 삼키곤 했다. 파리가 붙어있건 말건 상관없이 식탁에 있는 것이면 무조건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면 그는 식탁에서 일어나 잉크병을 꺼내 집에 들고 온 서류를 정서하기 시작한다.

처리해야 할 서류가 없을 때에는 취미 삼아서 자기가 보관해둘 문서의 사본을 만들곤 했다. 문체가 아름답다거나 하는 것보다, 어떤 새로운 인물이나 아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가는 서류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을 경우 그는 반드시 복사해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