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뜨로비치가 사는 곳으로 가는 뒷계단은 온통 구정물 투성이었다(물론 이것은 나름대로 깨끗하게 한답시고 걸레질을 한 것이다...). 게다가 뻬쩨르부르그의 아파트 뒷계단들이 으레 그렇듯이 두 눈이 아릴 정도로 지독한 알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뭐 이런 사실이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이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뻬뜨로비치가 외투를 고치는 삯으로 얼마나 달라고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그는 마음 속으로 2루블 이상을 절대 내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뻬뜨로비치의 마누라가 무슨 생선 따위를 굽는 모양이어서 부엌에 문자 그대로 박쥐 새끼조차 날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온통 연기가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주인 마누라가 보지 못하는 틈을 타서 잽싸게 부엌을 통과해 작업 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뻬뜨로비치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작업대 위에 앉아 있었다. 마치 터키 총독 마냥 책상다리를 한 자세였다. 재봉사들이 일을 할 때는 대개 그렇지만, 지금 뻬뜨로비치도 맨발이었다.
제일 먼저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눈에 띈 것은 이미 눈에 익은 뻬뜨로비치의 엄지발가락이었다. 그 발톱은 모양이 비뚤어진데다 마치 거북 등처럼 두껍고 딴딴하게 보였다. 뻬뜨로비치는 명주실과 무명실 타래를 목에 걸고 헌옷을 무릎 위에 펼쳐놓고 있었다. 그는 벌써 3분 가량이나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하다가 방이 어둡고 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잔뜩 골을 내고 투덜거리는 참이었다.
"제기랄, 지독하게도 애를 먹이는군. 성미가 못된 계집년처럼 말이야!"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하필 뻬뜨로비치의 기분이 언짢을 때 찾아온 것이 마음에 좀 걸렸다. 사실 일을 맡기기에는 뻬뜨로비치가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거나 또는 그 마누라의 표현을 빌려 '애꾸눈이 싸구려 보드카에 퐁당 빠져 있을 때'가 좋았다. 그런 상태일 때는 뻬뜨로비치는 옷 고치는 삯을 선선히 양보할 뿐만 아니라 일을 맡겨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그럴 경우 나중에 뻬뜨로비치의 마누라가 찾아와서 자기 남편이 술김에 그런 헐값으로 일을 맡았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이 일쑤지만, 그럴 경우에도 10코페이카 동전 한 닢이면 만사가 수월하게 해결되곤 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뻬뜨로비치의 정신이 맹숭맹숭할 때면 흥정하기가 무척 까다로워진다. 도대체 삯을 얼마나 달라고 할지도 짐작하기가 어렵다. 아까끼 아까끼에비치 역시 이런 정황을 재빨리 눈치채고 얼른 뒤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뻬뜨로비치가 하나밖에 없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쪽을 쳐다보고야 만 것이다. 그 바람에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요즘 어떤가, 뻬뜨로비치!"
"어서 오십쇼, 나리!" 뻬뜨로비치는 이렇게 대꾸하며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손을 곁눈질로 살폈다. 무슨 돈벌이 일감을 가져왔는지 보는 것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말이야, 오늘 온 것은 뻬뜨로비치, 그게 말이지..."
참고 삼아서 말해두지만,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뭔가 설명해야 할 경우 전치사와 부사, 심지어는 아무 의미도 없는 전치사까지 이것저것 동원해 늘어놓는 버릇이 있었다. 그것이 까다로운 일일 경우에는 말끝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그건 분명히, 전혀, 그러니까, 에, 또, 뭐랄까..." 이따위 말로 얘기를 시작해 놓고서는 그 다음 말은 전혀 꺼내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 놓고서도 자기 딴에는 해야 할 이야기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지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오신 건데요?" 뻬뜨로비치는 이렇게 말하면서 또 한편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아까끼 아까끼에비치의 제복을 옷깃에서부터 소매 자락, 어깨, 옷자락, 단추 구멍에 이르기까지 죽 훑어보았다. 하긴 이 옷은 뻬뜨로비치의 손으로 만든 것이어서 너무나 눈에 익었다. 그러나 일단 손님을 봤다 하면 그렇게 죽 살피는 것이 재봉사들의 몸에 밴 직업적인 습관인 것이다.
"그게, 다름이 아니고, 뻬뜨로비치... 내 외투가 좀... 아니 그러니까, 겉의 옷감은... 이렇게 다른 데는 다 멀쩡한데 말이지... 먼지가 좀 앉아서 겉으로는 고물처럼 보이지만, 아직 새 옷이나 마찬가지지... 그저 한두 군데가 좀... 아니 잔등과 어깨 부분이 좀 낡고, 이쪽 어깨가 좀... 알겠나? 요컨대 그것뿐이란 말일세... 다른 데야 뭐 손볼 데가 있겠나...?"
뻬뜨로비치는 싸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외투를 받아서, 우선 작업대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고 나서 한참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손을 뻗어 창틀에서 동그란 담배통을 집었다. 그 담배통에는 어떤 장군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으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손가락 구멍이 뚫려 그 구멍을 네모난 종이로 메워놓고 있었다. 그래서 그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뻬뜨로비치는 코담배를 한 번 들이마시고 나서 다시 두 손으로 싸개를 집어들어 밝은 빛에다 찬찬히 비춰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또 다시 장군 초상화에 종이 조각이 붙은 담배통 뚜껑을 열고 담배를 콧구멍에 집어넣었다. 그는 담배통 뚜껑을 닫고 통을 치우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되겠는데요... 이건 고칠 수가 없습니다. 외투가 너무 낡았어요..."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건가? 응, 뻬뜨로비치?"
마치 어린애가 뭔가 애원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아까끼 아까끼에비치는 말했다.
"어깨 있는 쪽이 좀 해진 것 뿐인데... 응, 자네한테 괜찮은 헝겊이 있을 것 아닌가?"
"뭐 헝겊이야 찾으면 나오겠죠." 뻬뜨로비치는 말했다. "하지만 헝겊이 있으면 뭐합니까? 대고 기울 수가 있어야죠. 하도 천이 낡아서 바늘로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찢어지고 말 텐데요."
"찢어져도 상관없다네. 거기에 또 다른 천을 붙이면 되니까 말이야."
외투 - 4. 외투를 고쳐주게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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