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이치는 오전을 법원에서 보내고 점심은 집에 와서 먹었다. 처음 얼마 동안 그의 기분은 문자 그대로 최고였다. 집안 일 때문에 약간 골치를 썩기도 했지만, 그의 생활은 지금까지 그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갔다. 가볍고 유쾌하고 고상하게...

그는 아침 아홉 시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은 다음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법원으로 나간다. 법원에는 그가 달고 일해야 하는 목걸이가 마련되어 있다. 법원에 도착하자마자 그것을 목에 달아야 했다.

사무실에서 민원인들을 조사하고, 사무실 자체 업무나 회의, 공판과 공판 준비 회의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그를 둘러싼다. 이것들 가운데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회색의 생활이 끼어든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이것을 배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사람을 다룰 때에 직무 이외의 어떠한 관계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의 동기는 오로지 직무상의 것이어야 하며, 사람을 대하는 것도 직무상 허용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가령 누가 무언가 알아보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 왔다고 하자. 이런 경우 직무를 떠난 자연인 이반 일리이치는 그 사람과 아무런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만약 그 사람의 용무가 관리와 관련된 것이며 공문용지에 기재될 성질의 것이라면 이반 일리이치는 그러한 관계의 범위 안에서 규정이 허용하는 모든 일을 자세히 알아봐 준다. 덧붙여 그는 인간적으로도 깍듯이 예의를 지킨다. 그러나 직무상의 일이 끝나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반 일리이치는 직무상의 일을 분명히 구분, 자신의 진짜 사생활과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왔다. 이 방법을 이반 일리이치는 최대한 이용했다. 그것은 오랜 경험과 재능에 의해 이상할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는 가끔 가벼운 농담이라도 하듯이 인간적인 관계와 직무상의 그것을 자신이 혼동하는 모습을 연출해 보이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스스로 정한 원칙의 속박을 풀어버리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언제든지 필요하면 또다시 직무상의 관계를 칼처럼 구별, 인간적인 측면을 떼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어진 업무를 손쉽고 유쾌하고 의젓하게 처리했다. 그 솜씨는 실로 달인의 경지라고 평가할 만했다. 직무를 처리하는 사이사이에 그는 담배를 피우고 차를 마시며 간단한 정치 관련 화제를 입에 올리는 일도 있었다. 또 일반적인 세상사나 트럼프 놀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의 화제는 대부분 인사 이동에 관련된 의견 교환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의 역할을 솜씨 있게 해치운 명인처럼,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의 제 1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사람처럼 피곤해져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는 아내가 딸과 함께 외출했거나 손님이 와 있거나 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가정교사와 예습을 하거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말하자면 매사가 전혀 흠 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 후 찾아온 손님이 없으면 이반 일리이치는 이따금씩 평판이 좋은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더 늦은 밤에는 다시 일에 열중한다.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관련 법규를 조사하고, 진술 내용을 법률과 대조해보고 들어 맞는 조문을 찾아내곤 했다. 이런 일은 지루하고 갑갑하기만 했다.

물론 빈트 노름을 할 때도 지루해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아내하고 함께 있거나 혼자서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반 일리이치의 즐거움은 조그마한 만찬회를 마련하고 사회적으로 훌륭한 지위에 있는 신사 숙녀를 초대해서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한 번은 그의 집에서 가든파티를 열고 무도회를 가진 일도 있었다. 이반 일리이치는 흐믓한 기분이었고, 파티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음식 문제로 아내와 대판 싸워야 했다. 아내는 그녀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 그가 우겨서 고급 음식점에서 음식을 장만했으나 손님들이 다 먹지 못해서 음식이 많이 남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점에 치루어야 할 계산이 45 루블이나 되었다. 아내는 남편이 어리석게 고집을 피운다고 몰아세웠고, 남편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홧김에 이혼까지 서슴지 않는 식의 말을 중얼댔다.

그러나 야유회는 눈부셨다. 모두 일류급 인사들만 모여서 이반 일리이치도 포르포온노 공작부인과 춤을 추었다. 근무상의 기쁨은 자존심을 충족시키는 데서 생기는 것이며, 사교적인 기쁨은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데서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반 일리이치가 진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빈트 놀이를 할 때였다.

이렇게 그들은 생활했다. 그들은 사교계에서 제 1급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조직된 서클에 들어갔다. 이 서클에는 나이 든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서클에 관해서는 남편과 아내, 딸까지도 완전히 의견이 일치했다. 그들은 별다른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벽에 일본 도자기 접시가 걸려있는 그들의 객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종류에 제한을 가했다. 실속도 없이 말만 앞세우는 귀찮은 친구들과 차림새가 허술한 축들은 상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집에는 최상류층 사람들만 드나들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이반 일리이치의 딸인 리잔카를 자주 화제에 올리곤 했다. 특히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페트리시체프의 아들이며 상속자인 예심판사 페트리시체프가 가장 관심이 많았다. 이반 일리이치는 진작부터 그 문제에 관해서 아내와 상의하곤 했다. 두 젊은이를 트로이카로 드라이브를 시키거나 또는 함께 소인극을 연출시켜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갔다. 이런 식으로 그들의 생활은 변함없이 그대로 흘러갔다. 만사는 아주 순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