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부터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공포 없이는 들을 수 없었던 그 무서운 고함소리가 시작되었다. 그가 아내에게 대답했던 그 순간 이미 그는 모든 것이 글렀다는 것을, 되찾을 수 없는 최후가 온 것임을, 정말 최후가 왔으나 여전히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으아아! 으악! 아아...!"

그는 가지각색 다른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에는 "싫다아!"하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그대로 길게 뽑아 내리 고함을 질러댔던 것이다.

그 사흘 동안 그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당해낼 수 없는 힘에 밀려 들어간 그 검은 자루 속에서 허우적거린 것이다. 그는 사형수가 살아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몸부림치듯이 버둥거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서 달아나도 자신은 무섭게 그것이 있는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괴로움이 이 검은 구멍 속에 빨려 들어가는 데서 나온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은 결코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에 있음을 의식했다. 그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직도 그의 생애가 훌륭한 것이었다는 그 의식이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그를 괴롭혔다.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그의 가슴과 옆구리를 꿰뚫으면서 한층 더 강하게 그의 호흡을 압박했다. 그는 구멍 속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자 그 구멍이 흩어지면서 무엇인가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자신에게 되물어본 다음 조용해졌다.

그것은 이틀째 되던 날의 마지막 시간, 그가 임종하기 두 시간 전이었다. 그때 어린 중학생이 가만히 아버지 방에 들어와서 아버지의 곁으로 걸어왔다.

죽어가는 이는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한 손이 중학생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중학생은 그 손을 붙잡아 입술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 이반 일리이치는 구멍 속에 빠져 들어가 빛을 본 것이다. 누군가 자기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눈을 뜨고 힐끔 아들을 보았다. 그러자 아들이 가엾어졌다. 아내도 옆에 와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잠깐 눈을 돌렸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코와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 그는 그녀도 불쌍해졌다.

'그렇지? 나는 저들까지 괴롭히고 있다. 내가 죽으면 저들은 슬퍼하리라. 하지만 결국은 그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럴 기운이 없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내가 이 말을 해야 되는가. 그저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되지 않나...'

그는 아내에게 눈으로 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려가오... 불쌍한 자식... 당신도 그렇고..."

그는 덧붙여 '프로스치(용서해라)'라고 말하려 했으나 "프로프스치(들여 보내라)"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는 이미 그 말을 다시 할 기력도 없어 필요한 사람은 알아 들으리라 생각하면서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여태까지 그를 괴롭히면서 떠나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모두 물러나려고 하는 것을 그는 갑자기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남는 그들이 불쌍했다. 그들이 슬퍼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 이 괴로움으로부터 그들을 구해내고 나 자신도 벗어나야 한다.

'아, 얼마나 상쾌한 기분이냐! 얼마나 간단한 것이냐!'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고통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고통은? 응,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렇지. 이제 그만이다. 뭐, 아플 테면 아파 봐라. 거리낄 것이라곤 없다.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는 거냐?'

그는 이제 친숙해진 죽음의 공포를 찾아 보았으나 눈에 뜨이지 않았다. 죽음은 어디 있지? 죽음이란 뭐냐? 아무 공포도 없었다. 죽음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거기에 빛이 있었다.

"아아! 이것이었구나!"

갑자기 그는 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 얼마나 기쁘냐!"

그에게 이런 것들은 모두 한 순간에 일어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그의 임종의 괴로움은 두 시간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 속에선 무언가 걸렁걸렁 소리가 울려나왔고, 수척해진 몸은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드디어 헐떡임과 벌렁거리는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임종하셨습니다." 누군가 그를 굽어보며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그것을 가슴 속에서 되새겼다.

'죽음은 마지막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 죽음은 없는 것이다.'

그는 공기를 들여 마시려고 했으나 깊은 호흡은 중간에서 끊어지고, 몸을 한 번 쭉 뻗자 그대로 죽어 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