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말로 어려운 문제였다. 조성하가 사이에 나서서 흥선군과 대비의 사이에 왕래한 결과, 이 문제의 해결책도 다 내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대신들에게 무사히 통과가 될는지 의문이었다. 아직껏 역사상에 생존한 대원군이 없었는지라, 지금 여기 갑자기 생겨난 생존한 대원군의 격식 문제는 난문제 중의 난문제였다.

 

“거기 대해서는 내일 원로 대신들이 다시 희정당에 모여서 좋도록 의논을 하기로 합시다.”

 

“또 한 가지, 주상 전하는 아직 연치가 유충하시매, 선례에 의지해서 대비전마마께오서 수렴청정을 하시올지, 혹은 어떤 다른 방식을 취하올지, 거기 대한 하교도 계시오기를 바라옵니다.”

 

“거기 대해서도 내일 함께 의논을 하도록 합시다.”

 

“즉위의 어절차는 어떻게 하오리까?”

 

“그것은 선례에 의지해서 하기로 합시다.”

 

이리하여 대략은 모두 내일로 미루기로 작정하였다.

 

그 날 밤, 자리에는 들어갔지만 조 대비는 머리에서 일고 잦는 수 없는 망상 때문에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는 흥선의 도령을 영립하였다. 몸은 비록 대왕대비로서 이 종실의 어른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전부터 삼 대째 내려온 뻗고 또 뻗은 김씨들의 세력에 눌려서, 마음에 있는 일 한 가지도 뜻대로 해보지 못하고, 당신의 사랑하는 조카 성하조차, 겨우 승후관이라는 변변치 못한 지위에 머물러 두었는데, 이제 바야흐로 그 모든 김씨의 세력을 꺾어 버리고, 당신의 새 세력을 뻗칠 것을 생각하매, 야심 만만한 조 대비는 그 망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한 때 세도가 너무도 크더니, 너희들도 꺾일 날이 있구나.”

 

이전 이하전 때의 겪은 억분까지 한꺼번에 떠올라서, 김씨 일문에 대한 증오 때문에 대비의 마음은 새삼스러이 어지러웠다.

 

김문에서도 이 밤 또 다시 중대한 회의가 열렸다. 이미 흥선 댁 도령이 보위에 오른 이상에는, 거기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자 다시 긴급한 회의가 열린 것이었다.

 

“한 가지 있습니다.”

 

무거운 눈을 치뜨며 이렇게 말한 사람은 김병기였다.

 

“아직 한 가지의 길―나라에는 두 임금을 둘 수가 없으니까 흥선군은 당연히 신위(臣位)에 두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지금 보건대 만조 백관이며 자사 녹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흥선군에게 심복을 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깐 흥선군을 신위에만 두게 될 것 같으면 그다지 무서울 일도 없을 줄로 생각합니다.”

 

병기는 어디까지든지 흥선을 멀리 하기를 주장하였다. 여기 대하여 병학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였다.

 

“흥선은 본시 현문과의 교제가 적고 매일 사귄다는 친구가 대개는 시정의 부랑자들이매, 흥선군이 어떤 권세를 잡는다 해도 그 권세를 그냥 보전하기 위해서, 혹은 우리 일문의 편으로 가담하지는 않을는지요? 더구나 대왕대비전께서는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조성하, 조 영하, 그 밖 한두 사람밖에는 없으니깐, 이제부터라도 흥선군과 사귀기만 하면 혹은 흥선군은 우리들의 사람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의논은 여러 가지로 일어났다. 어떤 사람은 흥선과 다시 결탁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어떤 사람은 흥선으로 하여금 단지 임금의 생친으로서의 위의를 보전할 만한 명목을 주고, 운현궁에는 홍마목(紅馬木)을 세워서 그 출입의 자유를 금하고, 일체로 정사에는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런 몇 가지의 의견을 묵묵히 듣고 앉았는 하옥은 머리로는 아까 낮에 신왕을 봉영하러 흥선 댁을 찾은 때의 일을 다시 회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