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지붕에 걸리련다. 옳다! 넘어섰다.”
겨울 바람이 꽤 강하게 부는 날이었다.
재황 소년은 사랑뜰에서 연을 올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 형 재면이 서서 올라간 연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소년의 뺨과 손등은 찬 바람 때문에 새빨갛게 되었다. 그러나 연줄을 통하여 손에 감각되는 탄력에 온 정신을 붓고 일심불란 올라가는 연을 어르고 있었다.
“어디 튀김을 주어 보아라.”
빙긋이 웃으면서 형 재면이 이렇게 말하였다. 그 말에 응하여 소년이 튀김을 주니, 벌써 지붕 위 꽤 높이 올랐던 연은 춤을 추면서 아래로 거꾸로 내려왔다.
“어타! 어타!”
“어디 나좀!”
“좀 있다가요.”
손을 내미는 형을 피하면서 소년은 줄을 더욱 풀어 주었다. 거기 따라서 연은 하늘로 향하여 춤을 추며 올라갔다. 문득 밖에서 꽤 많은 인마의 두선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인마는 분명히 흥선 댁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들은 그다지 관심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오는 사람이 고귀한 사람일 것 같으면 당연히 벽제의 소리가 있을 것이어늘, 그렇지도 않고 숙숙히 이 집으로 들어오는 인마거니, 그다지 소년들의 흥미도 끌지 못하였다.
중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하늘에 높이 오른 연만 바라보던 소년은, 한 순간 중문 편으로 눈을 돌렸다가 그리로 들어오는 꽤 점잖은 사람 하나를 흘낏 보고는 도로 눈을 연으로 돌렸다. 소년에게 있어서는 지금 하늘 끝 닿은 데로 오른 연밖에는 다른 것은 관심되는 것이 없었다.
중문으로 앞서서 들어온 것은 도승지 민치상이었다. 도승지의 인도로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은 영의정 김좌근이었다.
한 걸음의 길을 갈 때라도 반드시 평교자에 몸을 싣고 다니던 김좌근이지만, 오늘 신왕을 봉영하러 옴에 그는 도보로써 지팡이도 짚지 않고 온 것이었다. 인마가 들어오는 기수에 정침 안에 있던 흥선이 쪽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그리고 지금 들어오는 인물을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민 치상이 댓돌 위에 올아서서 청지기를 부르려 할 때에는 흥선은 벌써 손을 맞으러 대청에 나선 때였다.
“영감 어떻게 오시오.”
여전한 깨어진 갓, 군데군데 꿰맨 도포였다. 그러나 그 얼굴과 태도에는 어젯날의 때는 벌써 씻은 듯이 없어졌다.
흥선의 물음에 응한 사람은 민치상이 아니고 김좌근이었다. 좌근은 댓돌 아래로 가까이 와서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공손한 어조로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