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왕께 대하여 모두 '우리'라는 관사를 붙여 가지고, 환희의 함성을 지르며 따라를 왔다. 돈화문까지 이르매, 뭇 종친들이며 원로 대신들은 모두 예복을 갖추고 제 이십 육대의 임금을 맞으러 돈화문 밖에 열을 지어 서 있었다.

 

보련은 이 맞이하는 종친들이며 대신들의 절을 받으며 돈화문으로 들어가서 인정전을 왼편으로 끼고 돌아서 빈전(殯殿)인 대조전으로 들어갔다.

 

대조전 서온돌에는 벌써 대왕대비 조씨며, 왕대비 홍씨며, 대행왕비 김씨가, 새로 된 상감을 맞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뭇 여관들은 새 임금을 절하러 모두 문을 방싯이 열고 겹겹이 둘러서서 그 틈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소년 신왕은 마주 나온 재상 정원용의 앞잡이로 대행 군주의 재궁(梓宮)을 모신 동온돌로 들었다. 그리고 이십 육대의 군주로서, 선행 대왕의 영해에 절하였다.

 

환영의 기쁨과 선왕께 대한 애통으로 뒤섞인 대궐―그 안에서 궁인들은 분주히 왔다갔다 하였다.

 

“아기씨마마!”

 

신왕이 당신께 와서 절할 때에, 조 대비는 늙은 얼굴에 명랑한 미소를 띄었다.

 

“자, 이리로 가까이 와서 앉읍시오.”

 

신왕은 대비의 지시하는 자리에 가 앉았다. 조 대비는 손을 내밀어서 소년왕의 수장(手掌)을 잡았다.

 

“마마, 무슨 생입시오?”

 

“금년에 열 두 살이옵니다.”

 

소년왕은 그 영특한 안정을 치뜨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참 영특도 합시오. 마마, 이제부터는 나를 어머니라 부릅시오. 나는 오늘부터는 마마의 어머니가 되는 사람이외다.”

 

그의 사랑하는 아드님 헌종이 임종시에 두어 번 불러 본 이외, 어머니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하고 오십여 년의 생애를 보낸 조 대비에게 있어서는, '어머니'란 말은 꿈과 같이 즐겁고도 눈물겨운 말이었다.

 

“원상!”

 

대비는 발 밖에 대령하고 있는 정원용을 불렀다.

 

“여기 대령하왔습니다.”

 

“흥선군을 대원군(왕의 私親)의 친호)으로 하고 흥선군 부인을 낙랑부대부인(樂浪府大夫人)으로 봉하고―그 수속은 다 하셨겠지요?”

 

“하비대로 하왔습니다.”

 

“흥선군 사택은 운현궁(雲峴宮)으로 궁호를 내리고…”

 

“네…”

 

“그 밖에 또 무슨 의견이 없습니까?”

 

“대비전마마, 한 가지 계청하올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오니까?”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 나라에는 아직껏 생존한 대원군이 없사와, 그 선례 고빙할 바가 없사오니, 지금 주상전하의 생친되시는 흥선대원군을 어떤 형식으로 대우하여야 하올지, 거기 대한 하교가 계시오기를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