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왕대비전마마의 어명으로써 대감의 둘째도령님을 익성군(翼成君)으로 봉군을 하옵고, 익종 대왕의 대통을 승계하시와 대위에 오르시게, 영의정 김좌근이 봉영차로 왔습니다.”

 

흥선은 눈을 감았다. 안 감으려야 안 감을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감정의 격발―튀어나려는 통곡―이 모든 것을 감추기 위하여 눈을 힘있게 감았다.

 

하옥도 자기의 할 말만 한 뒤에는 입을 봉하고, 머리를 수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이전에는 초개만큼도 아니 여기던 흥선의 앞에(일찌기 상감의 앞에서도 이렇듯 굽혀 본 일이 없는) 허리를 굽히고서―

 

한참 뒤에 흥선이 비로소 눈을 떴다. 동시에 입도 열었다.

 

“수고허오.”

 

위연히 내어던진 한 마디의 대답이었다. 그런 뒤에 발을 그 자리에서 떼었다.

 

“자, 어머님께 들어가서 하직을 고합시다.”

 

벌써 오냐를 할 수 없는 존귀한 아드님의 손목을 이끌고 흥선은 내실로 들어갔다.

 

아직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하는 소년은, 아버지의 명으로 걷어 놓은 연을 아까운 듯이 힐끗힐끗 보며 손목을 잡혀서 안으로 들어갔다.

 

“부인, 지존께 절을 하시오. 오늘부터는 팔도 삼백여 주인의 지존이시외다.”

 

부인은 눈을 들었다. 그 비슷한 말을 일찍부터 흥선에게 못 들은 바는 아니었지만, 이런 일이 이르리라고는 뜻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에 있어서도 오히려 의심스러운 얼굴로 지아버니를 우러러보았다.

 

“영상이 봉영차로 와서 사랑에서 기다리고 있소이다. 어서 의대를…”

 

“대감!”

 

이 지아버니를 우러러보는 부인의 눈에는 그득히 눈물이 괴었다.

 

그것은 환희의 절정의 눈물일까? 그렇지 않으면 애석의 눈물일까? 일찍이 종가에 시집을 와서 조선 왕실의 많고 많은 비극을 다 아는 부인이매, 사랑하는 아들의 장래의 운명을 근심하는 눈물일까?

 

“야 명복아! 이리 온.”

 

그리고 가까이 이른 소년을 부인은 힘을 다하여 쓰러안았다.

 

“야, 명복아!”

 

“왜 그러세요, 어머님!”

 

“어머님…어머님…재황아! 너한테 어머님 소리를 듣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로구나. 다시 한번 불러 다고.”

 

소년은 손을 들었다. 어머니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만져 보았다.

 

“어머님, 왜 우세요?”

 

“아니로다. 우는 것이 아니로다. 너는 오늘부터는 나라의 나랏님! 네가 그렇게 되니 너무도 기뻐서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구나.”

 

나라님? 나라님은 대궐에 계신 분이다. 소년에게 있어서는 어머니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