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흥선은 이편 저편으로 돌아 다니며 알선하였다. 만약 흥선의 알선만 없었더면, 김씨들은 모두 참몰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 동안 조두순, 김병학 형제 등은 자주 운현궁에 왔다. 그리고 조두순이나 김병학이 온 때는 흥선은 조성하까지 멀리 하고 밀실에서 의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 결과로 정부 대신들도 대략 작정이 되었다.

 

영의정 조두순(領議政 趙斗淳)

 

우의정 김병학(右議政 金炳學)

 

좌의정 결원(左議政 缺員)

 

삼공은 이러하였다. 그 아래로는 또한 이와 같았다.

 

이조판서 김병학 겸섭(吏曹判書 金炳學 兼攝)

 

―후에 이의익(李宜翼)이 정식으로 맡음.

 

호조판서 김병국(戶曹判書 金炳國)

 

병조판서 정기세(兵曹判書 鄭基世)

 

선혜당상 이승보(宣惠堂上 李升輔)

 

좌포도대장 이여하(左捕盜大將 李景夏)

 

우포도대장 신명순(右捕盜大將 申命純)

 

금위대장 이장렴(禁衛大將 李?濂)

 

어영대장 이경우(御營大將 李景宇)

 

총융사 이방현(總戎使 李邦玄)

 

그 밖에 각조의 참판 이하로는 남인과 북인과 소론을 많이 기용하기로 하였다. 아직껏 정부의 요로에 선 사람은 모두 노론파(老論派)로서, 소론?남민?북인은 모두 낙척하여 겨우 그 날 그 날의 생명이나 유지해 가던 것이었다.

 

흥선은 이 실의(失意)의 남인·북인 가운데서 인재를 추려 내어서 당연히 정부의 요직에 가져다 놓기로 하였다.

 

“주상 전하 즉위의 예가 지난 뒤에 발표할 것이지. 그 전까지는 대감의 마음에 깊이 잡수시고 발설하지 마시오.”

 

흥선은 조두순에게 이렇게 당부하여 두었다.

 

남인·북인뿐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는 절대로 오를 자격이 없던 중인, 관속들도 많이 등용하기로 내정하였다.

 

소론이며 남인, 북인은 역시 양반의 꼭지인지라 별 말이 없었지만, 중인, 관속들을 등용하는 데 대해서는 격식을 존중히 여기는 두순은 반대의 뜻을 표하였다.

 

그러나 두순의 반대쯤으로 굽힐 흥선이 아니었다.

 

“인재면 상놈일지라도 높이 쓸 것이고, 무능하면 임금의 형일지라도 승후관 이상은 주지 않는 것이 내 주장이외다.”

 

얼굴에 미소를 띄고 이렇게 말할 때는 조두순도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모든 준비는 암암리에 진행되었다. 화살은 이미 메어졌다.

 

줄도 당겼다. 이제는 손을 놓아 준다는 과정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성하, 어떤가? 옷이란 무서운 것―폐의 파립 때의 흥선과 금옥 탕창의 흥선과 보기에도 좀 다르지?”

 

하하하하 웃으면서 이런 농담을 던지는 흥선의 양 눈썹 사이에는 범할 수 없는 위엄이 있어서, 앞에 있는 자로 하여금 저절로 위압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천희연, 하정일, 장 순규, 안필주―소위 천하장안의 네 사람은 벌써 일찍이 흥선의 영을 받고 시골로 제각기 헤어져서 내려갔다. 각 방백 수령들의 행장을 비밀리에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이전 낙척 시대에는 기생방 친구―권세를 잡은 지금에 있어서는 심복 궁리였다. 이리하여 장래의 일격을 준비함에 추호도 미비함이 없도록 만반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폭풍우를 준비하는 여름날 저녁과 같이 고요하고도 움직임이 없는 외양이었지만, 그 속에서는 장래 세상을 놀라게 할 무서운 폭풍우가 가장 규칙적으로, 가장 계획적으로, 가장 정세하게 착착 진행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