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은, 처음 조회를 보는 날이었다.

 

인정전 용상에는 새로이 삼천리의 강토에 군림한 소년 상감이 좌어하였다. 그 곁에는, 섭정 태공이 모시고 있었다.

 

국궁!

 

바이!

 

흥!

 

평신!

 

북향하여 네 번의 숙배도 끝이 났다.

 

숙배가 끝이 난 뒤에, 흥선―지금은 변하여 태공―은 내관의 부액을 받고 고요한 걸음으로 인정전 전각 밖으로 나섰다.

 

월대(月臺)에까지 나선 태공은 눈을 들어서 아래 품반품서(品班品序)를 따라서 숙연히 서 있는 문무백관을 굽어 보았다.

 

문득 태공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흥선대원군, 주상 전하의 사친이오.”

 

놀라운 성량(聲量)―그 넓은 뜰에 태공의 말은 우렁차게 울리어 나갔다.

 

“대왕대비전하의 어명으로 오늘부터 유충하신 주상 전하를 협찬해서 이 사람이 대정(大政)을 보기로 합니다. 국정이 극도로 피폐한 오늘, 대소 백관들의 협력을 바라오.”

 

취임사(就任辭)였다.

 

만정의 백관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은 태산보다 무거웠다.

 

'전 책임을 내가 지고 전 의무를 내가 갖겠다.'

 

태공의 말은 이 뜻에 틀림이 없었다.

 

다시 돌아서서 전각 안으로 들어올 때는, 태공 흥선의 입에서는 길다란 한숨이 나왔다.

 

“아아, 커다란 씨름을 치렀다!”

 

하염 없이 눈에서 흘러 내리는 눈물―그것은 커다란 안심에서 저절로 솟아오르려는 눈물이었다.

 

“상감마마를 편전으로 모셔라!”

 

내관에게 명하고 내관의 부액으로써 편전으로 드는 상감의 뒤를 따라서 태공은 내전으로 들었다.

 

“전하, 곤하시지 않소이까?”

 

태공이 자애에 가득찬 눈으로 아드님을 굽어보며 이렇게 여쭐 때에,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은 상감은 용안을 적이 들고 생친을 우러러보았다.

 

“곤하지는 않습니다.”

 

“곤합니다. 곤합니다. 몸이 곤하기보다 마음이 곤합니다. 천만의 백성을 헤아리시기, 삼천리의 강토를 다스리시기―몸보다도 마음이 곤합니다. 영화스러우나 괴롭고 고단하신 자립니다.”

 

“아직은 곤한 줄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