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옥은 허둥지둥 일어섰다.

 

“무얼 하러 왔을까?”

 

이전 같으면 흥선 따위는 올지라도 눈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을 하옥이로되, 지금은 몸을 벌벌 떨면서 황황히 일어나서, 양씨에게는 눈짓을 하고 사랑으로 뛰쳐 나왔다.

 

“대감께 주상 전하 옹립에 대한 감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렇게 말할 때에 흥선의 얼굴에 나타난 것은 너무나 명랑한 미소였는지라, 호인 하옥은 이것을 조소(嘲笑)로 알지 못하였다.

 

“천만에, 대감 어떻게 이런 누추한 집에를 왕림하셨습니까?”

 

“네, 대비전마마의 하교가 곕셔서…”

 

하옥은 눈을 들어서 흥선의 얼굴을 우러러보았다.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은 심정으로―

 

“어떤 하교오니까?”

 

여기 대해서 흥선은 즉시 대답치 않았다. 머리를 수그리고 말하기가 매우 거북한 듯이 두어 번 코를 울렸다.

 

그런 뒤에야 입을 열었다.

 

“대비전마마꼡서, 대감 작은마마(양씨)를 불러 곕시는데요.”

 

의외의 말이었다. 하옥은 낭패하였다. 머리를 들었다가 도로 수그렸다. 수그렸다가 도로 들었다.

 

“왜 부릅시는지 알 수 없겠습니까?”

 

“글쎄올씨다―한데 대감 이상한 말을 묻습니다마는, 대감 댁 작은마마가 그―저…”

 

말하기가 매우 거북한 모양이었다.

 

“언제, 그…저…그 대감께 폭행을 한 일이 있습니까?”

 

하옥은 번쩍 머리를 들었다. 대답은 못하였다. 망지소조하여 들었던 머리를 좌우로 휘둘렀다. 대답은 못 지하였지만, 그런 일이 있는 것은 분명하였다.

 

“순원왕후 전하의 동기되시는 귀인께 외람되이 하향 전비가 폭행을 했다고, 대비전마마의 노염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엉뚱한 거짓말을 지어서 하옥을 위협하는 흥선이거니, 속으로 하옥의 낭패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꼴이 우습기가 짝이 없었다.

 

“대감, 살려 줍시오.”

 

몇 마디의 위협을 더 받은 뒤에 하옥의 입에서는 드디어 탄원성이 나왔다.

 

“대감만 믿습니다. 대비전마마께 잘 말씀드려서, 모면하도록 해 줍시사. 대감만 믿습니다. 아무런 노릇이라도 대감 처분대로 할게―”

 

이리하여 여기서는 한 개의 상의(商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상의는 하옥이 십만 냥, 양씨가 이십만 냥을 용동궁에 상납을 하고, 그 대신 벌을 모면시키도록 주선하기로 낙착이 되었다.

 

“대비전마마! 하옥 김좌근이 용동궁에 삼십만 냥을 상납하겠다 하옵니다. 김가의 행실을 보자면 괘씸하기 짝이 없으되, 훗날을 생각합셔서 이것으로 좌근의 죄는 용서해 줍시기를 바라옵니다.”

 

흥선이 삼십만 냥의 어음을 대비의 앞에 내어놓고 이렇게 빌 때에, 대비도 명랑히 웃으면서 이를 승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