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의 탄 연에 딱 붙어 서서 이 아버지는 존귀한 아드님께 임금의 자리의 고단함을 설명하였다.
편전으로 돌아와서 편의(便衣)로 바꾸어 입는 것을 본 뒤에 태공은 아드님께 하직하였다.
“나는 운현궁으로 돌아갑니다. 부디 일찍이 침전에 듭시고 수라를 많이 진어합시오.”
편전 앞까지 남녀를 불러 대어 남녀에 몸을 싣고 돈화문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도중에서 태공은 문득 하옥 김좌근을 만났다.
하옥은 황급히 길을 비키며 국태공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태공은 그 하옥의 인사에 대하여 가볍게 머리를 끄덕일 뿐,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의장 병사를 불러 거느리고 운현궁으로…
눈 좌우로 하염 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
가묘(家廟)에 들어서, 선고 남연군(先考南延君)의 영전에 가문의 길보를 봉고할 때에는, 태공의 눈 좌우로는 하염 없이 눈물이 흘렀다.
“기뻐하십시오. 영락되고 영락돼서 영전을 뵈올 면목도 없던 가문, 지금 다시 일어서렵니다. 일찍이 소자를 보실 때에, 선인(仙人)이 한 아이를 맡기시더라던 꿈―지금 바야흐로 실현되려 하옵니다. 소자 무력하와, 미처 당하지 못하는 일이 있삽거든 부디 가르치셔서, 이 나라와 이 사직의 만세 태평을 주시옵기를 바라옵니다.”
꿇어 앉아서 술을 붓고 절할 동안, 끊임없이 태공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진실로 거대한 야욕의 공전 절후의 성공이었다. 항상 계획을 하며 진행을 시키면서도 일변으로는 스스로 코웃음치고 싶던 이 야욕이 오늘날 성공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사이 십 수 년 간을 시정에 배회하며 시민들과 무릎을 마주 겯고 사귀면서 보고 들은 지식에 의지하여, 그들에게서 고통과 중하(重荷)를 제하고, 이 나라로 하여금 굳센 나라가 되게 하고, 이 백성으로 하여금 가멸한 백성이 되게 하고, 이 강토로 하여금 기름진 강토가 되게 하고, 이 사직으로 하여금 아직껏의 더럽고 추잡한 구태를 벗고 명랑하고 화기 찬 사직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도정이다.
태공은 자기의 역량을 믿었다. 하늘로서 태공 자기에게 넉넉히 수(壽)만 주실 것 같으면, 이상대로 이 나라를 만들어 놓을 심산과 자신이 있었다.
가묘에 예배를 끝내고 사랑으로 나오매, 하객(賀客)들은 구름과 같이 대청에 모여서 태공의 출어를 기다리고 있다가 일제히 일어나서 절하였다.
그 가운데를 태공은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아래로 향하여 옮겼다.
“후우!”
태공은 기다란 한숨과 함께 몸을 곤한 듯이 보려 위에 내어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