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를 짐작하는 옥생은, 머리 관속에서 분부를 하여 구관 사또를 영문에 맞았다.

 

“구관 사또 행차요―”

 

위세 좋게 영문으로 달려 들어오던 강생의 행차가 이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을까?

 

옥생이 벙글벙글 웃으며 강생을 동헌에 맞았다. 먼저 부임한 신관이 지금 부임하러 오는 구관을 맞는 것이었다.

 

신관이자 또는 구관인 강생을 환영 겸 송별하는 성대한 연회가 그 고을 강변 누각에 열렸다. 마지 못하여 거기 출석한 강생의 얼굴에는, 연하여 싱거운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강형, 미안할세!”

 

“아니, 그럴 것 없지!”

 

자기도 역시 구관을 몰아 보내고 이 곳으로 온 강생인지라, 옥생뿐을 나무랄 수가 없었다.

 

강생은 깨달은 바 있었다. 벼슬의 욕망이 앞설 때에는 돌아볼 여유를 잃었거니와, 지금 이렇게 되고 보매, 현재의 벼슬의 허황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강생은 그 고을을 떠나서 산골로 이사 갔다. 자기의 발잔등을 밟고 앞서 온 옥생이 또한 며칠이나 군수 노릇을 하다가 남에게 자리를 앗기울지, 그것을 생각해 보매, 지금 좋다고 덤비어 대는 옥생이 도리어 가련해 보였다.

 

이리하여 수령 방백들의 채변이 무상하였다.

 

조제 남조의 방백!

 

지위의 보장이 없는 수령!

 

조세 남조의 수령 방백이라 할지라도 한 군데 오래 머물러 있으면, 그 곳 지리 풍속에 익어져서, 혹은 후일에는 명관이 될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사흘이 멀다 하고 갈아 내는지라, 명관도 생기지 않을뿐더러, 명관이 있다 하더라도 명관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할 도리가 없다.

 

그런지라, 많은 돈을 써서 수령의 자리를 산 그들은, 자기가 부임하여 있는 (언제 갈릴지 모르는) 짧은 기간 안에 자기의 밑전을 뽑고, 그 위에 얼마간 더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리하여 인부를 차고 부임하는 수령 방백들은, 부임하기가 무섭게 벌써 돈 긁어 올릴 방법을 도모한다. 천 년 묵은 여우와 같은 관속들은 이런 수령들의 고문으로는 또한 능한 인물이었다. 이리하여 별별 기괴한 학정은 전개되어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제 남조의 방백 수령들이, 도임해 있는 짧은 기간 안에 자기의 밑천을 뽑기 위하여는, 어떤 수단을 취하며 어떤 방법을 취하나?

 

무론 그 수단 방법에 있어서는 일정하지 않다. 여기 그 한두 가지의 이야기를 적어 보자. 평안도 어떤 촌에 돈냥이나 가지고 있는 과부가 하나 있었다. 혈혈 단신의 과부였다. 다만 그의 남편이 적지 않은 재산을 남기고 죽었으므로 그것으로 생활만은 부족 없이 지내는 사람이었다.

 

그 집에는 개를 한 마리 치고 있었다. 집 지키기 겸, 가족 겸, 동무 겸 하여, 꽤 종자도 좋은 개 한 마리를 치던 것이다. 그 개는 몸집은 희고 발은 누러므로 황발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애지중지하였다.

 

그 까닭으로 그 동리에서는 그 집을 가리켜 황발이네 집이라고 하였다. 사내 주인이 없고 다른 일가가 없는지라 흔히 있는 예대로 그 집에 기르는 개의 이름을 따서 그 집을 황발이네 집이라 일렀다.

 

재산이 넉넉하여 그 근처에 토지도 많은지라, 그 집은 그 근처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었다. '황발이네 집, 황발이네 집'하여 소문난 집안이었다. 황발이네 집이 돈냥이나 있다는 소문이 그 고을 원님에게 들어갔다.

 

읍내의 부민을 샅샅이 고르던 원님은, 이 황발이네 집을 놓칠 까닭이 없었다. 그리고 곧 나라에 상계하였다.

 

“소관의 관내에 황 발이라 하는 한 기특한 백성이 있사와 여사여사하고 여사여사한 일을 하여 표창할 만하오니, 황발이에게 선공감 가감역(繕工監假監役)을 제수합시면 성은(聖恩)이 이 위에 없겠나이다.”

 

하는 상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