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조제 남조의 방백 수령들이 팔도 삼백 주로 퍼져 나갔다. 그들에게 선정(善政)이 있을 까닭이 없다. 이 땅의 옛 말의 대부분이 무지한 원님의 넌센스한 정사를 비웃음에 있음이 그 근원이 여기 있다. 진실로 전무후무한 수령 조제 남조의 시대였다.

 

강생(姜生)이라는 사람과 옥생(玉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이 다 같은 고을에서 같이 배우며 자란 젊은이었다. 얼마만큼 배운 뒤에 이제는 배움을 중지하고 벼슬이라도 하기로 하였다.

 

“난 내 고을 수령 노릇을 하겠네.”

 

“나도 내 고을서 하겠네.”

 

같은 고을서 자란 두 사람이 제각기 제 고을의 수령을 별렀다. 그들이 경쟁을 하다시피 벼르기만큼, 그들의 자란 고을은 부읍(富邑)이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꼭 같은 목적을 가지고 묏산자 보따리를 하여 지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한 사마이 앞에 돈 만냥씩 지녀 가지고―

 

“누가 먼저 성공하나 어디 봄세.”

 

이렇듯 경쟁이 시작되었다.

 

강생은 어떻게 어떻게 하여 김병기에게 가까이할 기회를 얻었다. 그 동안에 옥생은 역시 어떻게 어떻게 하여 김병기의 아버지의 애첩 나합 양씨에게 가까이할 기회를 얻었다. 병기에게 가까이한 강생은 병기에게 드나들 동안 병기의 인물을 알았다.

 

교만하고 혈기 있고 뽐내기를 즐겨하고 체면을 매우 지키면서도, 또한 아첨을 좋아하고 돈을 좋아하는 병기의 인물을 알아본 강생은, 병기가 알 듯 모를 듯이 뇌물을 드리며 알 듯 모를 듯이 아첨을 하며, 이리하여 얼마를 지내는 동안, 병기에게 사랑을 받게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이러한 얼마 뒤에 강생은 목적하였던 바와 같이 자기의 고향의 군수를 벌었다.

 

이러는 동안, 옥생도 또한 목적하였던 바와 같이 양씨의 마음까지 사게 되었다. 옥생이 양씨의 마음을 산 지 얼마 뒤부터, 양씨는 하옥 대신에게 밤마다 옥생을 모군 군수로 시켜 달라고 졸랐다. 양씨의 청이면 아무 것이라도 듣는 호인 하옥 대신은, 양씨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며 그러마고 승낙을 하였다.

 

이리하여 양씨에게 승낙을 한 하옥은 자기의 아들 병기를 불렀다. 그리고 옥생을 모군 군수로 임명되도록 주선을 하라고 명하였다.

 

병기는 딱하였다.

 

강생을 모군 군수로 임명시킨 지 불과 사오 일인데, 이제 또 다른 사람을 주선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는 병기는, 유유낙낙하고 물러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군에는 현재 군수가 있다. 그런데 병기는 강생을 보내기 위하여 그 군수를 '수령이 심하여 민원이 크다'는 구실로써 파면하도록 죄상을 하여 그렇게 꾸민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또한 옥생을 어떻게 임명하도록 운동하나?

 

수단은 한 가지밖에는 없었다. 이제 취소는 못할 노릇―강생을 또한 파면하고 옥생을 임명하도록 할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모군 군수 강모는 수령이 심하와 민심이 동요되옵고, 그대로 방치하였다가는 불상사가 생길 줄로 아뢰옵니다.”

 

예궐을 하여 이렇게 상감께 아뢸 때는, 병기의 등에서도 식은땀이 흘렀다. 이리하여 강생은 파면이 되었다. 돈 만 냥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서 병기를 알아 가지고 운동한 강생은, 원하던 바대로 군수를 얻어 하기는 하였지만, 하여금 씨에게 운동한 옥생에게 밀려서 닷새 만에 파면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때는 벌써 강생은 임지(任地)를 향하여 출발을 한 뒤였다. 군수에 임명이 되기가 바쁘게 어서 금의환향을 하고자, 강생은 이튿날로 고향을 향하여 출발한 것이었다. 자기의 직이 파면된 것은 알지도 못하고―

 

서울서 이미 파면된 강생은, 그런 줄도 모르고 호호탕탕이 여행을 계속하였다. 하루 바삐 금의로 환향을 하여 뽐내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또한 내려가는 길에 거드럭 거리며 산천 유람도 하고 싶었다. 이리하여 강생은 이 고을 정자에서 하루, 저 고을 누각에서 이틀, 놀아 가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향에 거의 다달았다. 한 놈의 사령은 길을 앞서서 신관 사또의 부임을 보하러 달려 갔다.

 

그러나 달려 갔던 사령은 부시시 도로 돌아왔다. 신관이 벌써 어제 부임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강생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구관이 아직 있다면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자기 이외에 신관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강생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협잡배놈이 자기 이름을 도적해 가지고 못된 일을 하는 것이어니 그리고 또 이렇게 밖에는 해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령 호령해서 배행하는 하인놈들을 모두 먼저 보내서, 남의 이름을 도용하는 흉한을 잡아 가두라고 한 뒤에, 가마를 몰아서 고을로 들어갔다.

 

그러나 거기는 사실 벌써 신관이 부임을 한 것이었다. 강생이 멋이 들어서 산천 유람을 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옥생은 길을 채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강생은 임지에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 구관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