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언니는 무에라고 했소"?
하고 정선은 중요한 점을 아니 놓치려고 물었다.
"그래서,"
하고 현은 담배를 새로 붙이며,
""그거 아니 배시게 할 수 없습니다." 해놓고는 하도 가엾길래, "오늘로 남편한테로 가시구려." 했지. 하하하하. 내가 죄지, 잘못했지"?
하고 또 웃는다.
"그래 어떡하셨소"?
하고 정선은 그 여자가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가가 알고 싶었다.
"그랬더니 말야."
하고 현 의사는,
"글쎄, 그 남편이 폐병으로 어느 요양원에를 가 있다는구나. 폐병으로 요양원 가 있는 남편을 따라가기로니 같이 잘 수가 있느냐 말이지. 글쎄, 정선아, 이런 딱한 일이 어디 있니? 어떻게 우스운지, 그러니까 그도 못한단 말이지. 그러면 어쩌면 좋으냐고 그러길래 글쎄, 제일 확실하려면 자궁을 긁어내거나 떼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그랬지.
벌써 이십 시간이나 지났으니 이제는 벌써 정충이 자궁벽에다가 뿌리를 박고 어머니 피를 빨아먹으면서 분열하기를 시작했으리라 하고, 벌써 그 정충은 남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들이나 딸로 인연이 맺혔다고, 이제 그것을 떼어버리는 것은 자식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의사법에도 어머니의 생명이 위태한 때에만 한하여서 의사가 유산 수술을 하는 것을 허한다고, 그런데 당신은 건강한 사람이니까 유산 수술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러니깐 이러겠지, 그렇지만 만일 아기가 나온다 하면 남편의 꼴은 무엇이 되고 자기 꼴은 무엇이 되느냐고, 그리고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떼어달라고 운단 말야, 눈물을 흘리고. 글쎄, 정선아, 나도 그런 경우를 당하면 그리 될는지 모르지마는 어떻게 제 몸에 붙은 생명을 뗄 생각이 나니? 그렇거든 서방질을 말 게지. 그렇게도 서방이 없으면 못 사니? 난 그까진 사내 생각 안 나더구나. 또 서방질을 하면 책임질 생각을 하고 하든지. 그게 무에야, 해놓고는 애꿎은 어린애만 떼러 들어. 망할 년들 같으니. 안 그러냐 정선아."
하고 현 의사는 혼자 좋아한다.
정선은 현의 말을 차마 더 들을 수가 없었다. 말 마디마디가 모두 자기를 두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곧 이 집에서 나가고 싶었지마는 그러기도 안되었고, 화제를 돌리려 하여,
"언니는 그래, 남자란 영 싫소"?
하고 웃었다.
"그럼, 싫지 않어"?
하고 현은 반 농담으로,
"이렇게 나처럼 혼자 살면 참 자유롭다. 난 그 시집간 동무들 하나도 행복하다는 사람은 없더라. 정선이 너는 안 그러냐. 그까짓 사내들 냄새만 피우고…."
하고 당장 불쾌한 냄새나 나는 듯이 낯을 찡긴다. 찡길 때에 현의 태도는 더 어여뻤다.
"냄새? 무슨 냄새"?
하고 정선은 웃었다.
"입구린내, 발고린내, 머리때 내, 맨 냄새지. 그리고 되지 못하게 아니꼬운 내, 왜 넌 사내 냄새 없든"?
하고 현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