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데?"
부슬비가 내리는 때라 그도 쳐다보지 않고 들어왔고, 또 그런 것을 내어 걸 계획에도 참례하지 못한 눈치였다.
"당신도 정말 몰랐소?"
"정말 몰랐네! 이게 대체 누구 짓일까?"
"나도 몰라, 당신도 몰라, 한 회관에 있는 우리가 몰랐을 때, 나오지 않는 의원(議員)들은 더 많이 몰랐을 것이오. 이건 독재요. 이러고 문학전선의 통일 운운은 거짓 말이오. 나는 그 사람들 말 더 믿구 싶지 않소. 인젠 물러가니 그리 아시오."
하고 돌아서는 현을, 서기장은 당황해 앞을 막았다.
"진상을 알구 봅시다."
"알아보나 마나요."
"그건 속단이오."
"속단해 버려도 좋을 사람들이오. 이들이 대중운동을 이처럼 경솔히 하는 줄은 정말 뜻밖이오."
"그래도 가만있소. 우리가 오늘 갈리는 건 우리 문학인의 자살이오!"
"왜 자살 행동을 하시오?"
하고 현은 자연 언성이 높아졌다.
"정말이오. 나도 몰랐소. 그렇지만 이런 걸 밝히고 잘못 쏠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 아니고 누가 할 일이란 말이오?"
하고 서기장은 눈물이 핑 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드림 드리운 데로 달려가 광목 한 통이 비까지 맞아 무겁게 늘어진 것을 한 걸음 끌어올리고 반걸음 끌려 내려가면서 닷줄을 감듯 전력을 들여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 하나 등신이거나 이용을 당한다거나 그런 조소를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에 나 신경을 쓰는 건 나 자신 불성실한 표다!'
현도 뛰어가 서기장과 힘을 합치어 그 무거운 드림을 끌어올리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협의 의장도, 서기장도 다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서기국원 하나가, 조선이 어떤 이름이 되든 인민의 공화국이어야 한다는 여론이 이 회관 내에 있음을 알던 차, '인민공화국'이 발표되었고, 마침 미술부 선전대에서 또 무엇 그릴 것이 없느냐 주문이 있기에, 그런 드림이 으레 필요하려니 지레 짐작하고 제 마음대로 원고를 써 보낸 것이요,
선전대에서는 문구는 간단하나 내용이 중요한 것이라며광목 전폭에다 내려썼고, 쓴 것이 마르면 으레 선전대에서 가지고 와 달아까지 주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 식전 일찍이 와서 달아놓고 간 것이었다. 아침 여덟 시부터 열 한 시까지 세 시간 동안 걸린 이 간단한 드림은 석 달 이상을 두고 변명해 오는 것이며 그것 때문에 문협 조직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도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계기로 전원은 아직도 여지가 있는 자기비판과 정 판단과 푸로예맹과의 합동 운동을 더 진실한 태도로 착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방 전후 [解放前後] (이태준) - 11. 왜 그런 자살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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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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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가 써 걸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