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목탁소리를 듣고 나서 잠이 좀 들만 하면 윤과 정은 번갈아 똥통에 오르기를 시작하고, 더구나 제 생각만 하지 남의 생각이라고는 전연 하지 아니하는 정은 제가 흐뭇이 자고 난 것만 생각하고, 소리를 내어서 책을 읽거나, 또는 남들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마음대로 물을 쓸 작정으로 세수를 하고 전신에 냉수마찰을 하고, 그리고는 운동이 잘된다 하여 걸레질을 치고, 이 모양으로 수선을 떨어서 도무지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정은 기침 시간 전에 이런 짓을 하다가 간수에게 들켜서 여러 번 꾸지람을 받았지마는 그래도 막무가내하였다.

떡 사건이 일어난 이튿날 키 작은 간병부가 우리 방 앞에 와서 누구를 향하여 하는 말인지 모르게 키 큰 간병부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저께 싸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키다리가 어저께 무어라고 해요? 꽤 분해 하지요? 그놈 미친놈이지, 내게 대들어서 무슨 이를 보겠다고, 밥이라도 더 얻어먹고 상표라도 하나 타보려거든 내 눈밖에 나고는 어림도 없지, 간수나 부장이나 내 말을 믿지 제 말을 믿겠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걸뜻하면 대든단 말야. 건방진 자식 같으니!

제가 아무리 지랄을 하기로니 내가 눈이나 깜짝할 사람이오? 가만히 내버려두지, 이따금 박박 긁어서 약을 올려놓고는 가만히 두고 보지. 그러면 똥구멍 찔린 소 모양으로, 저 혼자 영각을 하고 날치지, 목이 다 쉬도록 저 혼자 떠들다가 좀 잠잠하게 되면 내가 또 듣기 싫은 소리를 한마디 해서 박박 긁어놓지. 그러면 또 길길이 뛰면서 악을 고래고래 쓰지. 그리고는 가만히 내버려두지. 그러면 제가 어쩔 테야? 제가 아무러기로 손찌검은 못할 터이지? 그러다가 간수나 부장한테 들키면 경을 제가 치지.”

하고 매우 고소한 듯이 웃는다. 아마 키 큰 간병부는 본감에 심부름을 가고 없는 모양이었다.

“참, 구호(키 큰 간병부)는 미련퉁이야. 글쎄 햐꾸고오상하고 다투다니 말이 되나? 햐꾸고오상은 주임이신데, 주임의 명령에 복종을 해야지.”

이것은 정의 말이다.

“사뭇 소라닝게. 경우를 타일러야 알아듣기나 하거디? 밤낮 면서기 당기던 게나 내세우지. 햐꾸고오상도 퍽으나 속이 상하실 게요?”

이것은 윤의 말이다.

“무얼 할 줄이나 아나요? 아무것도 모르지. 게다가 흘게가 늦고 게을러빠지고 눈치는 없고…”

이것은 키 작은 간병부의 말.

"그렇고말고요. 내가 다 아는걸. 일이야 햐꾸고오상이 다 하시지. 규고오상이야 무얼 하거디? 게다가 뽐내기는 경치게 뽐내지 - "

이것은 윤의 말이다.

"그까짓 녀석 간수한테 말해서 쫓아보내지? 나도 밑에 많은 사람들을 부려 봤지마는 손 안 맞는 사람을 어떻게 부리오? 나 같으면 사흘 안에 내쫓아 버리겠소."

이것은 정의 말이다.

"그렇기로 인정 간에 그럴 수도 없고 나만 꾹꾹 참으면 고만이라고 여태껏 참아왔지요. 그렇지만 또 한 번 그런 버르장머리를 해 봐. 이번엔 내가 가만 두지 않을걸."

이것은 키 작은 간병부의 말이다. 이 때에 키 큰 간병부가 약병과 약봉지를 가지고 왔다. 키 작은 간병부는,

"아마 오늘 전방들 하시게 될까 보오."

하고 우리 방으로 장질부사 환자가 하나 오기 때문에 우리들은 다음 방으로 옮아 가게 되었으니, 준비를 해두라는 말을 하고 무슨 바쁜 일이나 있는 듯이 가 버리고 말았다. 키 큰 간병부는 '윤참봉', '정주사', 이 모양으로 농담 삼아 이름을 불러 가며 병에 든 물약과 종이 주머니에 든 가루약을 쇠창살 틈으로 들여 보낸다.

윤은 약을 받을 때마다 늘 하는 소리로,

"이깐놈의 약 암만 먹어도 낫거디? 좋은 한약을 서너 첩 먹었으면 금시에 열이 내리고 기침도 안 나고 부기도 빠지겠지만..."

하며 일어나서 약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앉는다.

다음에는 정이 일어나서 창살 틈으로 바짝 다가서서 물약과 가루약을 받아 들고 물러서려 할 때에 키가 큰 간병부가 약봉지 하나를 정에게 더 주며,

"이거 내가 먹는다고 비리발괄을 해서 얻어 온 게요. 애껴 먹어요. 많이만 먹으면 되는 줄 알고 다른 사람 사흘에 먹을 것을 하루에 다 먹어 버리니 어떻게 해? 그 약을 누가 이루 댄단 말이오?"

"그러니깐 고맙단 말씀이지요. 규고오상, 나 그 알콜 좀 얻어 주슈. 이번에 좀 많이 줘요. 그냥 알콜은 좀 얻을 수 없나? 그냥 알콜 한 고뿌 얻어 주시오 그려, 사회에 나가면 내가 그 신세 잊어버릴 사람은 아니오."

"이거 누굴 경을 치울 양으로 그런 소리를 하오?"

"아따 그 햐꾸고오는 살랑살랑 오는 것만 봐도 몸에 소름이 쪽쪽 끼쳐. 제가 무언데 제 형님뻘이나 되는 규고오상을 그렇게 몰아세워? 나 같으면 가만 두지 않을 테야!"

"흥, 주먹을 대면 고 쥐새끼 같은 놈 어스러지긴 하겠구."

정이 이렇게 키 큰 간병부에게 아첨하는 것을 보고 있던 윤이,

"규고오상이 용하게 참으시거든. 그 악담을 내가 옆에서 들어도 이가 갈리건만 - 용하게 참으셔 - 성미가 그렇게 괄괄하신 이가 용하게 참으시거든!"

하고 깊이 감복하는 듯이 혀를 찬다.

얼마 뒤에 키 큰 간병부는 알콜 솜을 한 움큼 가져다가,

"세 분이 노나 쓰시오."

하고 들여민다. 정이 부리나케 일어나서,

"아리가도오 고자이마쓰."

하고는 그 솜을 받아서 우선 코에 대고 한참 맡아 본 뒤에 알코올이 제일 많이 먹은 듯한 데로 삼분의 이쯤 떼어서 제가 가지고,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을 둘에 갈라서 윤과 나에게 줄 줄 알았더니, 그것을 또 삼분 갈라서 그 중에 한 분은 윤을 주고, 한 분은 나를 주고, 나머지 한 분을 또 둘에 갈라서 한 분은 큰 솜 뭉텅이에 넣어서 유지로 꽁꽁 싸 놓고 나머지 한 분으로 얼굴을 닦고 손을 닦고 머리를 닦고 발바닥까지 닦아서는 내어 버린다. 그는 알콜 솜을 이렇게 많이 얻어서 유지에 싸 두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과 손과 모가지를 닦는데, 그것은 살결이 곱고 부드러워지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전방을 할 줄 알았더니 거진 다 저녁때가 되어서 키 작고 통통한 간수가 와서 철컥하고 문을 열어 젖히며,

"뎀보오, 뎀보오!"

하고 소리를 친다. 그 뒤로 키 작은 간병부가 와서,

“전방이요, 전방.”

하고 통역을 한다. 정이 제 베개와 알루미늄 밥그릇을 싸 가지고 가려는 것을,

“안돼, 안돼!”

하고 간수가 소리를 질러서 아까운 듯이 도로 내어놓고 간신히 겨우 알코올 솜 뭉텅이만은 간수 못 보는데 집어넣고, 우리는 주렁주렁 용수를 쓰고 방에서 나와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철컥하고 문이 도로 잠겼다. 아랫목에는 민이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린애 모양으로 방글방글 웃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