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기침은 점점 더하고 열도 오후면 삼십팔도 칠부 가량이나 올라갔다. 그는 기침을 하고는 지리가미에 담을 뱉아서 아무데나 내어버리고, 열이 올라갈 때면 혼몽해서 잠을 자다가는 깨기만 하면 냉수를 퍼먹었다.

담을 함부로 뱉지 말고 타구에 뱉으라고 정도 말하고 나도 말하였지마는 그는 종시 듣지 아니하고 내 자리 밑에 넣은 지리가미를 제 마음대로 집어다가는 하루에도 사오십 장씩이나 담을 뱉아서 내어던지고, 그가 기침이 나서 누에 모양으로 고개를 내어두르며 캑캑 기침을 할 때에 곁에 누웠던 정이 윤더러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고 기침을 하라고 소리를 지르면, 윤은 심사로 더욱 정의 얼굴을 향하고 캑캑거렸다.

“내가 ·병인 줄 아나? 왜? 내 기침은 ·병 기침은 아니어. 내 기침이야 깨끗하지. 당신 웩웩 돌리는 게나 좀 말어, 제발 - ”

하고 윤은 도리어 정에게 핀잔을 주었다.

정은 마침내 간병부를 보고 윤이 기침이 대단한 것과 함부로 담을 뱉으니, 그 담에 균이 있나 없나 검사해야 될 것을 주장하였다.

“검사 해보아, 검사 해보아. 내가 ·병일 줄 알고? 내가 이래뵈어도 철골이어던. 이게 해수기침이지. 병 기침은 아녀.”

하고 윤은 정을 흘겨보았다. 그 문제로 해서 그날 온종일 윤과 정은 으르렁거리고 있다가 그 이튿날 아침 진찰시간에 정은 의사와 간병부가 있는 자리에서, 윤이 기침이 심하고 담을 많이 배앝고 또 아무데나 함부로 뱉는 것을 말하여 의사의 주의를 끌고 윤에게 망신을 주었다. 방에 돌아오는 길로 윤은 정을 향하여,

“댁이 나와 무슨 원수야? 댁이 끼니때마다 밥을 속여, 베개를 셋씩이나 베여, 밤마다 토해, 이런 소리를 내가 간수보고 하면 댁이 경칠 줄 몰라? 임자가 그 따위 개도 안 먹을 소갈머리를 가졌으닝게 처먹는 게 살이 안되는 게여. 속속에서 폭폭 썩어서 똥구멍으로 나갈 게 아가리로 나오는 게야. 댁의 상판대기를 보아요. 누렇게 들뜬 것이, 저러고 안 죽는 법 있어? 누가 여기서 먼저 죽어 나가나 내기할까?”

하고 대들었다.

담 검사한 결과는 그로부터 사흘 후에 알려졌다. 키 작은 간병부의 말이, 플라스 플라스 열십자가 세 개나 적혔더라고 한다. 윤은 멀거니 간병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플라스 플라스는 무어고, 열십자 세 개는 무어여?”

고 근심스럽게 물었다.

“병 버러지가 득시글득시글 한단 말여.”

하고 정이 가로맡아 대답을 하였다.

“당신더러 묻는 말 아니여.”

하고 정에게 핀잔을 주고나서, 윤은,

“내 담에 아무것도 없지라오? 열십자 세 개란 무어여?”

하고 간병부를 쳐다본다.

간병부는 빙그레 웃으며,

“괜찮아요. 담에 무엇이 있는지야 의사가 알지 내가 알아요?”

하고는 가버리고 말았다.

정이 제자리를 윤의 자리에서 댓치나 떨어지게 내쪽으로 당기어 깔고,

“저 담벼락쪽으로 바짝 다가서 누워요. 기침할 때에는 담벼락을 향하고, 담을랑 타구에 배앝고. 사람의 말 주릴하게도 안 듣네. 당신 담에 말이오 폐결핵 균이 말이야, ·병 벌레가 말이야, 대단히 많단 말이우. 열십자가 하나면 좀 있단 말이고, 열십자가 둘이면 많이 있단 말이고, 열십자가 셋이면 대단히 많이 있단 말이야, 인제 알아들었수? 그러니깐두루 말이야, 다른 사람 생각을 좀 해서 함부로 담을 뱉지 말란 말이요.”

하는 말을 듣고 윤의 얼굴은 해쓱해지며, 내게,

“진상, 그게 정말인게오?”

하고 묻는 소리가 떨렸다. 나는,

“내일 의사가 무어라고 말씀하겠지요.”

할 뿐이고 그 이상 더 할 말이 없었다.

다 저녁때가 되어서 키 작은 간병부가 와서,

“윤 서방! 전방이오 전방. 좋겠소, 널찍한 방에 혼자 맡아가지고 정 서방하고 쌈도 안하고. 인제 잘 됐지. 어서 짐이나 차려요.”

하고 말하니 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간병부를 눈 흘겨보면서,

“여보, 그래 댁은 나와 무슨 웬수란 말이오? 내 담을 갖다가 검사를 시키고, 그리고 나를 사람 죽은 방에 혼자 가 있게 해? 날더러 죽으란 말이지? 난 그 방 안가오. 어디 어떤 놈이 와서 나를 그 방으로 끌어가나 볼라오? 내가 그놈과 사생 결단을 할 터이닝게. 그래 이따위 입으로 똥싸는 더러운 병자는 가만 두고, 나 같은 말짱한 사람을 그래 사람 죽은 방으로 혼자 가래? 햐꾸고오상, 나를 사람 죽은 방으로 보내고 그래 댁이 앙화를 안받을 듯싶소?”

하고 악을 썼다.

“왜 날더러 그러오? 내가 당신을 어디로 보내고 말고 하오? 또 제가 전염병이 있으면 가란 말 없어도 다른 사람 없는 데로 가는 게지, 다른 사람들까지 병을 묻혀놓려고? 심사가 그래서는 못써. 죽을 날이 가깝거든 맘을 좀 착하게 먹어. 이건 무슨 퉁명이야?”

간병부는 이렇게 말하고 코웃음을 웃으며 가버린다.

간병부가 간 뒤에는 윤은 정에게 원망하는 말을 퍼부었다. 제 담 검사를 정이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정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맹세코 제 눈으로 보겠다고 장담하고, 또 만일 불행히 제가 먼저 죽으면 죽은 귀신이라도 정에게 원수를 갚을 것을 선언하였다. 정은 아무 말도 아니하고 고소한 듯이 싱글벙글 웃기만 하고 있더니,

“흥, 그리 마오. 당신이 그런 악한 맘을 가졌으니깐두루 그런 악한 병을 앓게 되는 게유. 당신이야말로 민 영감을 그렇게 못 견디게 굴었으니깐두루 민 영감 죽은 귀신이 지금 와서 원수를 갚는 게야. 흥, 내가 왜 죽어? 나는 말짱하게 살아나갈걸. 나는 얼마 아니면 공판이야. 공판만 되면 무죄야. 이거 왜 이러오?”

하고 드러누워서 소리를 내어 불경책을 읽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