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은 태백산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터를 잡고 집을 짓고 밭을 일궜다. 모든 것이 다 뜻대로 되는 것만 같았다. 보리를 심으면 보리가 잘되고, 콩을 심으면 콩도 잘되었다. 닭을 안기면 병아리도 잘 까고, 병아리를 까면 다 잘 자랐다. 개도 말같이 크고, 송아지도 얼른 큰 소가 되었다. 호박도 동이만하게 열었다. 물도 좋고 바람도 좋았다. 이따금 호랑이, 곰, 멧돼지, 삵장이, 족제비 같은 것이 내려오는 모양이나 아직도 강아지 하나, 병아리 한 마리 잃은 일이 없었다.

“관세음보살님 덕이야, 산신님 덕이고.” 조신은 이렇게 기뻐하였다.

이러한 속에 옥 같은 달례를 아내로 삼아가지고 살아가는 조신은 참 복되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도 다 부러워하였다.

첫아들이 났다. 그것은 꿈에 미력님을 뵈옵고 났다고 하여서 <미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다음에 딸이 났다. 그것은 꿈에 달을 보고 났다고 하여 <달보고>라고 이름을 지었다.

셋째로 또 아들이 났다. 그것은 꿈에 칼(劍)을 보고 낳다고 하여서 <칼보고>라고 이름을 지었다. 넷째로 또 딸을 낳았다. 그의 이름은 <거울보고>였다.

인제는 조신에게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늙는 것이었다. 조신은 벌써 오십이 가까왔다. 머리와 수염에 희끗희끗한 것이 보이고 그렇게 꽃 같은 달례도 자식을 넷이나 낳으니 눈초리에 약간 잔주름이 보이고 살에 빛도 줄었다. 달례도 벌써 삼십이 넘었다.

조신은 아니 늙으려고 산삼도 캐러 다니고 사슴도 쏘러 다녔다.

“내가 살자고 너를 죽이는고나.”하고 조신은 살을 맞고 쓰러져서 아직 채 죽지도 아니한 사슴의 가슴을 뚫고 그 피를 빨아먹었다. 그리고 용을 갖다가 식구들이 다 나눠먹었다.

산삼도 먹었다.

이것으로 정말 아픔과 늙음과 죽음이 아니 오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