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스 아저씨나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서 그 쪽을 돌아다보았다. 그는 한 쪽 발을 괴고 서서 모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기침을 쿨럭쿨럭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더가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한스 아저씨는 눈을 꿈벅거리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프리다 고모를 몰래 가리켰다. 그러면서 또 프리다 고모가 항상 하는 버릇대로, 이빨을 쑥 내밀고 있는 흉내를 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킥킥 웃었다. 그러자 빈딩거의 남동생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좀 얌전하게 있으라고 점잖게 나무랐다. 구스티 아주머니도 프리다 고모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면서 그 두 여자는 나를 돌아다보았다. 그리고는 몹시 실망했다는 듯 천장을 쳐다보며 머리를 흔들어댔다.

드디어 결혼식이 끝났다. 우리는 모두 제의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다들 축하 인사를 나눴다. 남자들은 빈딩거와 악수를 하였고, 아주머니들과 처녀들은 마리에게 다들 다가가 누나의 뺨에 키스를 했다. 구스티 아주머니와 프리다 고모는, 옆에 서서 울고 있는 우리 어머니에게 오늘은 우리 어머니나 다른 모든 가족들에게도 축복 받은 날이니 울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우리 어머니를 껴안고 키스했다.

그러자 내 옆에 서 있던 한스 아저씨는 모자로 입을 슬쩍 가리면서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야, 엄마를 조심해서 잘 지켜야 한다. 저 두 여자는 남의 눈만 없다면 너희 엄마를 당장에라도 물어뜯을 게다."

나도 빈딩거에게 가서 축하를 해야 했다. 빈딩거는 내 인사를 받더니 의미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나는 이제 네가 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마리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키스를 해 주었다. 우리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얘 루드비히야, 너는 이제부터 정말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나한테 약속하지 않겠니?"

나 역시 눈물이 나오고 울 뻔했다. 그러나 프리다 고모가 옆에서 그 얄미운 파란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울음을 참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이제부터는 두 번 다시 우리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지 않겠다고 그 어느 때보다도 굳게 마음먹었다.

결혼식 피로연은 '양의 집'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에서 열렸다. 나는 막스와 프리다 고모의 딸 안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자리에서 나는 마리와 빈딩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커다란 꽃다발에 모습이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식사는 제일 먼저 맛있는 수프가 나오고 그 다음에 커다란 생선 요리가 나왔다. 거기에다 백포도주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나는 막스와 내가 누가 먼저 백포도주를 빨리 마실 수 있나 시험해 보자고 했다. 막스도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이긴 것은 나였다. 내가 훨씬 더 빨리 마셔 버린 것이다. 웨이터가 와서 우리 앞에 백포도주를 또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 때 페피 아저씨가 자기 잔을 두드리면서 일어나 한 마디 연설을 했다.

"곱게 키운 딸이 이제 훌륭한 신랑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고 출가하게 되니, 앞날에 하나님이 주신 복이 풍성할 것이고, 이 가정에는 큰 경사입니다."

그러고 나서 페피 아저씨는 빈딩거와 마리의 건강을 위해 축배를 들자고 했다. 나도 거기 따라 큰 소리로 축하하고 막스와 또다시 먼저 마시기 시합을 했다. 막스는 이번에도 또 졌다. 막스는 완전히 술에 취한 것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그 다음에는 구운 고기와 샐러드 요리가 식탁에 나왔다. 갑자기 또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프란쯔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성당에서 신부의 주례로 이루어진 혼례는 더 없이 거룩한 것이며, 그래서 그 어린아이들이 가톨릭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 부모들은 하나님으로부터 크나큰 상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프란쯔 아저씨는 신부를 저렇게 잘 키워 주신 우리 어머니를 위해 축배를 들자고 말했다.

나는 미친 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큰 소리로 환성을 지르며 포도주 잔을 가지고 어머니 옆으로 갔다. 어머니는 일어나서 여러 사람들과 술잔을 마주 부딪쳤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또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같은 날 얘들 아버지가 살아 있어서 이 모습을 보았어야 하는 건데..."

그러자 한스 아저씨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대답했다.

"아무렴, 그렇지요. 하지만 그 사람도 이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알고 말구요."

막스는 이제 시험 삼아 포도주를 홀짝거리더니 한 잔 더 마셨다. 그리고 나서는 술잔을 계속 기울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렇게 하지 않고 한스 아저씨 옆으로 가서 앉았다. 모두들 즐거워했고, 특히 젊은 처녀들은 큰 소리로 웃어대고 연거푸 술잔을 마주 댔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프리다 고모는 사방을 열심히 돌아다녔고, 구스티 아주머니와 함께 뭐라고 계속 쑥덕거렸다. 자기가 결혼했을 무렵에는 사람들이 결혼식에서 이렇게 마음대로 놀아나지를 못했다고 하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구스티 아주머니는 도대체 결혼식에서 너무 낭비가 많고,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들한테 돈을 너무 헤프게 쓴다고 흉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또다시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프란쯔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 아들 막스가 존경하는 빈딩거 선생, 즉 오늘의 행복한 신랑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축시를 낭독할 것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박수가 한 차례 터져 나오고 자리는 조용해졌다. 막스는 축시가 적혀 있는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걸 읽으려고 입을 벌렸다. 그러나 그는 다리가 자꾸만 휘청거리더니 결국은 그 시를 읽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모두들 놀라서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스티 아주머니는 우리 아들 막스가 도대체 이게 웬일이냐고,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 아이가 술에 취해서 그렇다는 것을 대뜸 알았기 때문에 모두들 큰 소리로 웃을 뿐이었다. 나는 프리다 고모와 구스티 아주머니를 도와서 막스를 옆방으로 들어서 옮겼다. 그 녀석을 소파 위로 들어서 눕히는 순간 막스는 그만 술과 먹은 것 따위를 욱 토하고 말았다. 그것도 프리다 고모에게...

집에 돌아오려고 할 때 프리다 고모는 또 다시 나를 닥달하면서 야단을 쳤다. 자기 딸 안나에게 들어봤더니 막스가 그렇게 된 것은 모두가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막 신랑 신부가 신혼 여행을 떠날 판이어서 아무도 프리다 고모가 떠드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리는 갑자기 울면서 자꾸 어머니의 목에 매달렸다. 빈딩거는 옆에서 마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 같은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리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이렇게 말하고 계셨다.

"마리야, 이제 너는 아주 행복할 거다. 너는 아주 좋은 신랑을 만났어."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빈딩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나한테 약속할 수 있겠나?"

빈딩거는 선선히 약속했다.

"네, 장모님. 제 힘껏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마리는 친척 아주머니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이미 나이가 마흔인데도 아직 시집을 못 간 노처녀인 우리 사촌누이 롯데가 집안이 떠나가라고 큰 소리로 울었다.

드디어 신혼 부부가 떠나게 되었다. 빈딩거는 이미 앞서 갔고 마리는 눈물을 거두며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골목 어귀에서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

"이제 저 아이가 떠나는구나."

어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롯데가 그 말을 받아 소리쳤다.

"네, 가는군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