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누나 마리와 빈딩거 선생의 결혼식에 관해서도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두 사람의 결혼식 날은 목요일이었다. 그 날은 나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 옷까지 받아 입었고 여느 때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집안은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현관문은 끊임없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조금도 쉴 새가 없었다. 초인종이 울리기만 하면 어머니는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카티야, 이번엔 또 뭐냐?"
카티는 우리 집에 1년 전부터 와 있는 가정부였다. 누나도 마찬가지로 카티를 바쁘게 불러댔다. 카티도 "네, 네 여기 갑니다"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고 나서 현관문을 열어보면 무슨 선물 상자나 축하 전보 같은 것을 가지고 온 남자가 그 앞에 서 있곤 했다. 그러면 여자들은 다들 비명을 지르며 문을 닫아걸곤 했다. 다들 옷을 갈아입는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를 결혼식장까지 태워 갈 첫 마차가 집으로 왔다. 그러자 또 한 번 소동이 벌어졌다.
"루드비히야, 너 이제 준비를 다 한 거니?"
"저 녀석 또 넥타이가 비뚤어졌어요! 저 녀석 언제쯤이나 넥타이라도 제대로 매게 되려나!"
"제발 좀 빨리빨리 서둘러라!"
드디어 집 밖으로 밀려 나가 마차를 타게 되었을 때 나는 속이 다 후련했다. 그 시끄러운 소동에서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차 안에는 프리다 고모가 벌써 두 딸 안나와 앨리스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그 딸들은 마치 견진성사(가톨릭의 7가지 성사 가운데 하나)를 받을 때처럼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고, 머리까지 곱슬곱슬하게 퍼머를 하고 있었다. 프리다 고모는 내가 마차에 오르자 곧 마차를 출발시켰다.
"이제 마리는 행복하겠지... 그만하면 그 애는 남편을 잘 고른 셈이야. 게다가 그 사람이 또 네 선생님일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니?"
이 까다로운 마나님은 항상 우리 집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 어머니를 괴롭히려고 안달을 하곤 했다. 나는 벌써부터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거기에 맞춰 고모를 적절하게 골탕을 먹였던 것은 지난번에도 이미 밝혔다. 그런데 이 고모는 우리 누나가 결혼하는 그 날까지도 그 버릇을 못 고치고 우리 집안을 열심히 헐뜯었다.
그래서 나는 또 한 방 먹여주기로 했다. 고모의 딸 중에서도 그래도 좀 나은 편인 안나에게 어째서 얼굴에 주근깨가 자꾸 심해져 가느냐고 이죽댔던 것이다. 심통 사나운 고모는 당연히 내 수법에 걸려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식장인 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안나 얼굴의 주근깨 얘기로 계속 입씨름을 했다. 하지만 성당에 도착하고부터는 굳이 이 심술쟁이 고모와 같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져서 실랑이는 저절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 주례를 맡아 볼 신부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조금 있다가 마차가 또 한 대 왔다. 프란쯔 아저씨와 구스티 아주머니,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막스가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막스란 녀석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자식은 나와 나이가 동갑이면서도 나만 만나면 자기가 어른처럼 굴려고 들었던 것이다.
프란쯔 아저씨는 우리 친척들 가운데 가장 부자였다. 인쇄소를 가지고 있었던데다, 신앙심이 두텁다고 남들이 다들 인정하는 탓인지 성당에서 필요한 인쇄물은 모두 도맡아서 수입이 무척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 집에 가면 성인들 그림을 인쇄한 종이쪼가리 외에는 돈이나 먹을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는 또 자기가 라틴어를 잘 아는 것처럼 굴었지만, 사실은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한 처지였다. 구스티 아주머니도 신앙심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만 만나면, 우리 가족들이 미사에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내가 사고를 치는 것이라고 씹어대곤 했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우선 신부에게 인사부터 했다. 그러고 나더니 구스티 아주머니는 프리다 고모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인사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프리다 고모의 눈은 구스티 아주머니의 왼쪽 손가락에 끼여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고모는 말했다.
"자네는 오늘 아주 그럴싸한 보석을 달고 왔네 그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야 백날 살아도 어디 그런 것 구경이나 할 수 있겠나."
한스 아저씨와 안나 아주머니가 그날 함께 온 것이 나로서는 가장 기뻤다. 그는 산림 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전 방학 때 나는 한스 아저씨 댁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저씨는 나와 무척 재미있게 지냈다. 내가 프리다 고모의 흉내를 내며 흉을 보면 아저씨는 언제나 기분 좋게 웃었고, 프리다 고모를 꼴도 보기 싫은 살쾡이라고 씹어댔다.
평소에는 넥타이 같은 것을 매지 않고 항상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있던 한스 아저씨가 오늘은 높은 칼라를 단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졸라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차람이 어색하고 불편한지, 아저씨는 자꾸만 목 있는 곳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자 어쩔 줄을 모르며 자꾸만 구석진 곳으로 피했다.
성당 안 결혼식장은 차츰 사람으로 가득찼다. 우리 라틴어 학교에서는 수학 선생과 습자 선생이 왔고, 빈딩거의 친척으로는 그의 누이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가 찾아왔다. 남동생은 어느 학교의 체육 선생이라는데,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오는 처녀들은 빠짐없이 남자를 하나씩 거느리고 있었다.
나는 그 처녀들을 잘 알지 못했으나 그 중 단 한 명, 바인베르거 로사만은 안면이 있었다. 그 처녀는 마리의 친한 친구였다. 그 처녀들은 모두 꽃다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얼굴을 가리며 바보같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멍청이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왜 웃는담!
이번에는 우리 어머니와 페피 아저씨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페피 아저씨는 세무 공무원이다. 그리고 곧 이어서 빈딩거와 마리, 그리고 아버지 대신 신부를 인도할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퇴직한 육군 대위로 빈딩거의 먼 친척이었다. 그는 제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고, 가슴엔 훈장을 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프리다 고모는 구스티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여보게, 그래도 무척 잘한 일이지 뭐야. 저 사람들이 저렇게 장교까지 모셔왔으니 말이야."
식장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모두 한 줄로 서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빈딩거와 마리는 제단 앞 중앙에 가서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신부가 나와서 설교를 하고 신랑 신부에게 두 사람은 이제 결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마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빈딩거는 엄청나게 크고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 나더니 미사가 시작됐다. 미사가 너무 오래 계속되어서 나는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악동 일기 (2) - 누나의 결혼(1)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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