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 붙잡아왔습니다.

 

누구 말이야? 이리 데리고 와봐.

 

대위가 매우 번거롭다는 듯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상사가 다시 뒤로 돌아와서 병장더러 잠깐 기요의 팔목에서 수갑을 풀라고 말했다. 수갑에서 풀려난 기요는 대위 앞으로 끌려갔다.

 

이름이 뭐지?

 

기요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 나서 대위가 물었다.

 

김기요입니다.

 

이자가 우리 기록으로 넘어온 게 언제부터지?

 

대위가 이번에는 상사에게 물었다.

 

오년쯤 되었습니다.

 

오년이라구? 그럼 징역을 오년은 살아야겠군. 데리고 가라.

 

대위는 더 묻기가 귀찮은지 다시 옆자리의 잡담 상대자 쪽으로 돌아앉아버렸다. 신고는 이렇게 간단하게 끝났다. 왼편 팔목에 다시 수갑이 채워진 기요는 그 어둑어둑한 파견대장실에서 곧 바깥으로 끌려나왔다. 현관 앞에서 한 대의 군용 스리쿼터가 시동을 걸어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차야말로 기요를 마지막 지점으로 데려다줄 호송차였다.

 

자, 나는 여기서 작별이오. 그쪽에 가면 우선 답변을 잘해야 됩니다.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기요의 잔등을 상사가 손바닥으로 두어 번 두드려주며 말했다. 기요는 상사에게 웃어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사는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돌아서서 금방 건물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병장과 기요, 단지 두 사람만을 적재함 위에 태운 스리쿼터는 파견대의 정문을 빠져나와 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기요는 팔목의 시계를 다시 보았다. 이미 그 학교의 아이들은 오후의 수업마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미결감에 있는 동안이 제일 어렵다오. 건강에 제일 힘써야 할 거요.

 

기요와 나란히 앉아 있던 병장이 말했다. 그는 기요와 서로 수갑을 나누어차고 있었으므로 얼핏 보면 병장 자신도 흡시 호송되어가는 죄수처럼 보였다.

 

여기서 그곳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기요가 병장에게 물었다.

 

십오 분 뒤면 거기 도착할 거요.

 

그러면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소?

 

무어요? 무어든 말해보슈.

 

당신이 보았다시피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와버렸소. 나의 어머니하고 친구 몇사람에게 연락 좀 해주겠소?

 

그것은 사실 금지사항인데 그러나 내가 연락해드리겠소.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주소를 적어주쇼. 이것뿐이오? 애인이 있으면 말하쇼. 나중에는 기회가 없다구요. 지금 말해 주면 죄다 전해주리다.

 

쪽지를 받아들고 병장이 빙긋이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내가 애인이 없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소? 만약에 애인이 있다고 해도 나는 지금 그 여자에게 연락하지 않을 거요.

 

하하, 이양반은 그 여자가 변심할까봐 겁이 나는 모양이군.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그건 잘못 생각하는 거라구요. 내가 작년 여름에 잡아온 놈 이야기를 할까요. 그 녀석이 지독하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평소에는 그 녀석을 지독하게 싫어하다가 막상 그녀석이 덜컥 수감되니까 교도소 문턱이 닳아지게 면회를 왔다구요.

 

그러니까 애인이 있다면 서슴지 말고 얘기하쇼. 나는 어디까지나 형씨에게 좋은 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요. 나도 이제 석 달만 있으면 제대할 텐데 그때는 이 생활도 끝이지요. 우리 상사님은 이 생활에 취미가 붙어버린 모양이지만 난 그렇지가 못해요.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더 부탁하겠는데 들어주겠소?

 

무어요? 뭐 별로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면 힘써보지요.

 

기요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식당에서 그 상사가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였는지 당신은 그 이유를 내게 말해줄 수 있소?

 

그게 지금 말한 부탁이라는 거요?

 

병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기요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것 참 어려운 부탁이군. 그러나 내가 일단 약속을 했으니까 대답을 하지요. 상사님은 언제나 신고하기 직전에 그 비슷한 얘기를 상대방에게 한다구요. 어떤 때는 정말 곧 돌려보낼 듯이 말하는 바람에 옆에 앉아 있는 나까지도 깜짝 놀랄 때가 있죠. 하지만 나도 이젠 상사님 얘기에는 면역이 되었다구요. 어때, 이만하면 대답이 되겠소?

 

기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 사람을 태운 호송차는 계속해서 차도 위를 달려갔다. 이미 저녁나절이 되어 자리에는 귀성객들의 행렬이 잔뜩 붐비고 있었다. 인도로 걸어가는 행인들이나 혹은 지나가는 버스 안의 승객들이 이낡은 군용차의 적재함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자주 쳐다보았다. 그들은 두 사람이 무엇인가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에 더욱 흥미를 느꼈으며 특히 두 사람이 수갑을 서로 나누어차고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마치 흉악범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은 사람처럼 두 사람의 얼굴을 몇차례나 거듭거듭 쳐다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