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나는 곰탕으로 시키겠소. 두 분도 기왕이면 기름기 있는 걸로 시키십시오. 요금은 내가 지불하죠.
이번에는 상사가 기요의 제의를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꺼는 우리가 지불할 거니까.
별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다만 내 호주머니에 지금 몇푼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별로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리고 동기야 무엇이든 두 분이 오늘 나 때문에 수고하셨으니까.
기요의 옆에 앉아 있던 병장이 기요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쇼. 우리는 오늘 실적으로 우동값 정도는 보상을 받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고 또 헤어질 텐데 야박하게도 음식값을 지불하는 문제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거는 이 양반 얘기가 옳다. 그럼 우리도 곰탕을 시키자구.
상사가 수월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식사를 끝낸 뒤에 각각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이번에도 상사가 기요가 물고 있는 궐련에 불을 붙여주었다.
부인은 있소?
병장이 갑자기 생각난 듯 기요에게 물었다.
만약에 나에게 부인이 있다면 내일쯤이면 아주 비극적인 장면이 벌어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미혼입니다.
그거 다행이로군.
상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애인은 있을 거 아니오? 애인도 없소?
젊은 병장이 호기심이 가득찬 눈초리로 기요를 쳐다보았다.
애인이 있다면 더욱 비극적이게요?
기요가 빙긋이 웃어보이며 병장에게 반란했다.
애인이 없다는 사람은 나는 또 처음 보는데?
병장은 기요의 말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때 상사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더니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기요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약에 우리가 임의대로 하려고 한다면 여기서 당신을 돌려보낼 수도 있소.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지요. 하필 지금 와서 내가 왜 그 이야기를 꺼내는지, 그 이유를 나 자신도 모르겠으나 나는 처음부터 주욱 그런 충동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오. 택시 안에서도 나는 줄창 그 생각만 하고 있었소.
당신을 우리 임의대로 돌려보낸다면 물론 우리는 군법을 어기는 것이지만 그거야 저놈하고 나하고 두 사람의 입만 꾸욱 다물고 있으면 무사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요. 택시 안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이거요. 당신은 교사로서 국가에 훌륭하게 봉사하고 있다. 이 말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붙잡아다놓으면 군기는 약간 세워지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에 이득이 있는 일이냐? 이점을 생각했던 것이오. 그러나 나의 결론은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결정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오. 나는 어디까지나 호송인이니까.
상사님, 너무 늦었지 않습니까?
병장이 팔목의 시계를 들여다보며 상사에게 말했다.
음, 알았어. 덕분에 잘 먹었수다. 이 다음에 언제 좋은 때가 오면 그때는 내가 한턱 내겠수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상사가 기요에게 말했다.
파견대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위병은 세 사람이 정문을 통과할 때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두 사람에 관해서는 낯이 익었겠지만 위병은 새 손님에게조차 전혀 흥미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일행이 들어간 방은 녹색 단층 건물의 어둑어둑한 방이었다. 대위 한 사람이 방 가운데에 놓여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옆자리의 사병과 큰소리로 잡담을 나누고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상사가 그 대위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거수경례를 붙이고 절도 있는 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