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복도로 우루루 몰려나갔다. 중학교 일학년 아이들은 휴식시간만 되면 마치 고삐에서 풀려난 놈들처럼 유달리 소란을 피워댔다. 녀석들이 거의 자리를 떠난 다음에야 기요는 책과 백묵통을 들고 천천히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방금 수업시간중에 많이 떠들었고 유독 많은 판서를 했기 때문에 목이 칼칼하게 메말랐고 바른쪽 팔이 찌뿌듯이 저려왔다. 그렇지만 교무실로 들어가서 사환아이에게서 한 잔의 보리차를 얻어마시고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나면 이까짓 증세는 곧 사라질 것이다. 그는 다음 시간에도 수업이 있었는데 역시 유독 많이 떠들 수밖에 없는 일학년 학급의 수업이었다.

 

다음 시간에 수업이 있는 사람에게는 오분의 휴식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기요는 부리나케 교무실로 돌아와 먼저 사환아이에게서 보리차를 얻어마신 다음에 곧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는 다음 수업의 교재 준비를 제쳐놓고 우선 책상의 서랍 속에서 담배와 성냥을 꺼냈다. 교재를 간추리는 일은 천천히 담배를 피워가면서 하여도 늦지 않은 것이다.

 

기요는 늘 그렇게 해왔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마악 성냥을 켜려고 했을 때 두 명의 남자가 교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앞에 선 사람은 서른댓 살쯤 되어보였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스물댓 살쯤 되어보였다. 성냥을 켜려다 말고 기요는 낯이 선 그 두 사람을 넌지시 지켜보았다. 이때 앞에 선 사람의 눈길과 기요의 눈길이 잠깐 서로 마주쳤다.

 

그 사람은 손님치고는 다소 무례할 만큼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기요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기요는 별로 개의치 않고 한동안 그 사람을 마주 쳐다보았다. 교무실에는 각종의 직업에 종사하는 부형들의 낯선 얼굴들이 하루에도 몇차례나 나타난다. 따라서 교사들은 이런 풍경에는 비교적 익숙했다.

 

어느 분이 김기요 선생입니까?

 

앞에 선 사람이 여전히 기요의 얼굴에서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마치 자기 아이의 담임선생을 찾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제가 김입니다.

 

기요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얼른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흔히 그렇게 해왔듯이 선 자리에서 허리를 약간 굽히면서 매우 부드러운 어조로 그사람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의 부형 되십니까?

 

앞에 선 사람은 기요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다시 기요에게 물어왔다.

 

당신이 김기요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그렇다면 이쪽으로 좀 나와주십시오.

 

기요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교무실 바깥을 손으로 가리키며 재빨리 말했다. 기요는 무심코 그 사람의 말에 따랐다. 교무실로 처음 찾아온 부형들 중에는 성격이 몹시 괴스런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부하를 다루듯시 자기 아이의 선생을 다루었고 어떤 사람은 질이 나쁜 세리 를 바라보듯이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선생을 보았다. 그들이 복도로 나왔을 때 복도에는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아이들이 한참 붐비고 있었다. 세 사람은 한동안 거기에 멈춰서서 머뭇거렸다.

 

여기서 제일 조용한 방이 어딥니까?

 

역시 나이가 많은 남자가 기요를 돌아다보며 물었다.

 

교장실이지요.

 

기요는 무심코 대답했다.

 

마침 잘되었군. 우리는 그분도 만나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