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어떤 엄격성을 갖고 따지자면 송영의 작품은 리얼리즘의 분위기에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편이다. 사실상 극도로 정밀한 의도와 계획을 갖고 설계한 가상 공간과 상황이라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마치 연극무대를 마주하는 것 같다는 기분에 자주 젖어드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의도와 계획이 거의 드러내지 않고, 그냥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느낌을 거의 일차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묘사하는 상황이 어떤 압도적인 무게와 절박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상 생활 속에 예고없이 끼어드는 어떤 의외성을 가졌다는 것, 작가의 주관적 내면이 여전히 그 상황을 낯설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작가의 대표작인 <선생과 황태자>의 전주곡(prelude)의 성격을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