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분들이 왜 김 선생님을 데리고 가는 겁니까?
이분이 방금 말씀하지 않았는가요?
상사를 눈으로 가리키며 기요가 말했다.
이분 이야기는 데리고 가야겠다, 단지 그말뿐인데요.
그럼 선생이 간단히 말해주시오.
상사가 기요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요는 그러나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다. 그는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버린 사람처럼 멍청한 표정으로 늙은 서무계 서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기요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났다. 그는 서무계 서기를 속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으나 장소가 장소이고 그리고 이 늙은 서기가 이 상태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돌연하게 그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하여튼 제가 갔다와서 말씀드리죠.
기요가 간신히 이렇게 말하자, 눈치가 빠른 서기는 금방 기요의 심중을 알아차렸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제가 교장선생께도 말씀드리지요.
서기는 일에 쫓기고 있다는 듯 곧 서무실로 돌아가버렸다.
상사님, 이제 갑시다.
젊은 남자가 뒷호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면서 서둘러댔다. 그가 들고 있는 수갑은 유리창을 통해 비껴드는 햇살에 비치어 허옇게 번쩍거렸다. 그 강철의 수갑을 쳐다보면서 기요가 떠듬떠듬 말했다.
절대로 도주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이대로 가십시다.
상사가 화가 난 얼굴로 기요를 쏘아보았다.
누구 맘대로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오년이나 도주하고 다닌 사람 말에 우리가 속을 줄 알고?
그는 큰웃음을 치면서 빨리 수갑을 채우라고 눈짓했다.
우리가 이 정도로 대우하는 것을 고맙게 아쇼, 응. 우리는 선생에게 신사적으로 하고 있는 거요.
젊은이가 기요의 앞으로 다가와서 수갑을 내밀며 말했다. 기요는 순식간에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들 앞에서 내 꼴이 뭐가 됩니까? 학교를 벗어난 다음에 채워주시오.
기요는 두 남자를 바라보며 부르짖듯이 말했다.
흥, 체면은 알고 있는 친구로구먼. 그러니까 제자들 앞에서는 곤란하다 이말씀인가.
상사가 몹시 당황하고 있는 기요를 쳐다보며 빈정거렸다.
우리가 특별히 당신에게 가혹하게 구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누구라도 마찬가지요. 절대 당신 편할 대로 해줄 수 없어요.
젊은이가 수갑을 쳐들어보이며 완고하게 말했다.
절대 도주하지 않을 거요. 나는 전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구요. 오년 동안 도주하고 다녔다고 말하지만, 나는 한번도 스스로 피해본 일은 없어요. 당신들이 나를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지.
기요는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 사정을 특별히 봐주겠소. 일단 학교를 벗어날 때까지는 수갑을 채우지 않겠소. 그러나 혹 엉뚱한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