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좡의 인심은 그래도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그래도 변발을 머리 꼭대기에 틀어 얹은 사람들은 점차 늘어갔다. 여름이라면 변발을 머리 꼭대기에 틀어 얹거나 잡아매는 일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늦가을이었다.
그렇게 뒤통수를 허전하게 비운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은
“야, 혁명당이 온다.”
이렇게 소리 쳤다. 아큐는 그 소리가 한없이 부러웠다. 게다가 수재가 머리를 그렇게 틀어 얹었다는 말을 듣고서는 아큐 자신도 그대로 흉내를 내고 싶었다. 아큐는 대나무 젓가락으로 변발을 머리 꼭대기에 틀어 얹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아큐는 기분이 나빠 아무나 붙잡고 신경질을 냈다.
수재는 가짜 양놈에게 부탁하여 자유당에 가입하더니 복숭아 모양의 은배지를 달고 다녔다. 자오 영감은 이것 때문에 갑자기 더 훌륭한 체하고, 아들이 처음 수재가 되었을 때보다도 더 오만방자해졌다. 아큐를 봐도 전혀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아큐는 이것이 매우 못마땅하였다. 혁명을 하려면 그저 변발만 틀어 얹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일단 혁명당과 연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큐는 그래서 가짜 양놈을 찾아가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가짜 양놈네 집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가짜 양놈은 뜰 한가운데 서 있었다. 새까만 서양 옷에다 복숭아 모양 은배지를 달고 있었다. 가짜 양놈 바로 옆에는 자오바이옌과 건달패 세 놈이 공손한 자세로 그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아큐는 슬그머니 다가가 자오바이옌 옆에 섰다. 가짜 양놈은 그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온통 연설에 열을 올리느라 누가 옆에 왔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아큐는 가짜 양놈이 잠시 말을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아… 저기 저, 그러니까….”
“넌 뭐야?”
“저도 그러니까….”
“나가!”
“저도 그 혁명을….”
“저리 꺼져!”
가짜 양놈은 다짜고짜 지팡이를 쳐들었다. 자오바이옌과 건달패들도 덩달아 소리쳤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 안들려? 너더러 꺼지라시잖아!”
아큐는 하는 수 없이 대문 밖으로 물러나와야 했다. 길거리로 나오자 서글픈 마음이 사무쳤다. 아큐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사무치게쓸쓸한 심정을 맛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모욕감까지 느꼈다. 앙갚음이라도 하는 심정에 당장 변발을 풀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한밤중까지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선술집이 문을 닫을 때쯤 해서야 터덜터덜 투구츠로 걸어 돌아왔다.
쿵! 펑!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쓸데없이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아큐는 곧 뛰쳐나와 어둠 속을 내달렸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사람 하나가 이리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큐는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급하게 몸을 돌려 그 사람을 따라 도망쳤다. 그 사람이 골목을 돌면 자기도 돌고, 그 사람이 서면 자기도 섰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그 사람은 샤오디였다.
“자… 자오 씨 댁을 사람들이 털고 있어!”
샤오디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아큐는 살금살금 길 모퉁이를 돌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살펴 보니, 흰 투구에 흰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궤짝과 가구를 메고 나오는 것 아닌가. 아큐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장면을 싫증이 나도록 지켜 본 뒤 투구츠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웨이좡에 드디어 흰 투구에 흰 갑옷을 입은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그런데도 이 친구들은 자기를 부르러 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좋은 물건을 무수히 뺏었는데 거기에 내 몫은 없었다. 이건 모두가 그 빌어먹을 가짜 양놈 탓이다. 내가 혁명하는 것을 그놈이 막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에 내 몫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큐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고약한 놈이 내가 혁명하는 것을 막다니, 네놈만 혁명하냐? 웃기지 마라! 그래 좋아, 혁명해라. 혁명하는 놈들은 목이 잘리는 죄라니까. 내가 나서서 고발한다. 네놈이 문 안에 끌려가 목이 잘리는 꼬라지를 꼭 보고야 말겠다. 싹둑, 싹둑, 이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