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큐(阿Q)의 전기를 써야겠다고 작정한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망설였던 것은, 나 자신이 후세에 오래 전해줄 만한 글을 쓸 인물이 못 되는 까닭도 있지만 그 밖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가 그 문장의 제목이다. 열전(列傳), 자전(自傳), 별전(別傳), 가전(家傳), 본전(本傳) 등 전기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아쉽게도 아큐에게 적합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큐가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인은 아니었으니 분명 열전은 아니다. 내가 아큐 자신이 아니니 자전도 아니다. 내가 아큐하고 종씨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의 자손에게서 부탁받지도 않았으니 가전도 아니다.
결국 이 문장은 ‘본전’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문장 수준을 생각해보면 손수레꾼이나 장돌뱅이 따위가 쓰는 비천한 말투여서 본전이랍시고 내세우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소설가들이 흔히 쓰는 ‘잡담은 그만두고 정전(正傳)으로 돌아가서(본론으로 들어가서)’라는 말에서 ‘정전’ 두 글자를 빌려다가 제목으로 삼는 게 어떨까?
둘째, 전기를 쓰자면 대개 첫머리에 이름은 무엇이며 어느 지방 사람이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아큐의 성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셋째로, 나는 아큐의 이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아큐’라고 불렀다. 하지만, 죽은 다음에는 두 번 다시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전에 자오 영감의 아들인 수재(秀才, 과거 시험 과목의 하나인 과학의 명칭. 여기서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의미) 선생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박학다식한 사람조차 그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큐의 이름을 쓸 때 서양 글자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유행하는 철자법을 따라 ‘아Quei’라 하고, 쓸 때는 줄여서 아Q로 하려는 것이다.
넷째로, 아큐의 고향을 알 수 없다. 그가 비록 웨이좡에서 오래 살았다고는 하지만, 이따금 다른 곳에서도 살았으니 반드시 웨이좡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