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는 이름이나 고향만 애매한 게 아니라, 웨이좡에 오기 전에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는지도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도 일손이 필요하거나 골려줄 때만 아큐를 생각할 뿐 다른 때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큐는 집도 절도 없이 마을에 있는 투구츠(土谷祠,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에서 살았다. 고정된 일자리도 없어서, 남의 집에서 하루하루 품팔이를 하며 근근히 살아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바쁠 때면 아큐를 생각하지만, 한가해지면 까맣게 잊어버리곤 하였다.

 

아큐는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웨이좡 사람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심지어 웨이좡에 딱 두 사람밖에 없는 문동(文童, 과거 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 수재에 급제하지 못한 사람)조차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아큐의 말대로 하면, 옛날에 그는 떵떵거리며 잘 살았고 학식도 많았고 못 하는 게 없는 거의 완벽한 인간이었다고 한다.

 

과거야 그렇다 쳐도, 그에게는 체질적으로 상당한 약점이 있었다. 머리 몇 군데가 부스럼 자국으로 벗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벗겨진다’는 표현을 몹시 싫어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런 심리가 점차 확대되더니 나중에는 ‘빛나다’라는 말이나 ‘환하다’라는 말도 싫어하게 되었다.

 

급기야는 등불이나 촛불 같은 낱말까지도 금기시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 금기를 거스리는 자가 있으면, 아큐는 그 부스럼 자국이 벌개지도록 화를 냈다. 상대에게 욕을 퍼부으며 때리려고 덤비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아큐는 혼을 내주려고 덤벼들었다가 오히려 자기가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아큐는 대응 방법을 바꾸기로 하였다.

 

동네 건달들은 아큐를 볼 때마다 “야아, 이거 반짝반짝하네! 그러고 보니 등잔이 여기 있었네그려!”하고, 아큐의 머리를 툭툭 쥐어박곤 했다. 그들은 아큐를 단단히 혼내줬다고 즐거워 했지만, 오히려 승리감으로 의기양양해진 것은 건달들이 아니라 아큐 자신이었다. 그는 건달들이 그럴 때마다 자신을 그냥 벌레처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 버리곤 했다. 그렇게 되면 건달들은 기껏해야 벌레를 상대해서 씨름한 꼴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네놈들이 그래봐야 아무 소용도 없어. 나는 기껏해야 버러지, 버러지니까 말이야.”

 

아큐는 자신을 경멸할 수 있는 최고의 자격을 가진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자신을 경멸한다는 말을 빼버리면 남는 것은 ‘최고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최고’라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이렇게 기묘한 수법으로 정신 승리를 하고 나면 아큐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