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문에 들어서자, 흰 옷을 입고 모여 서 있던 서너 명의 사람이 일제히 "어서 오십시오" 하고 말했다.
한가운데 서서 둘러보니 네모난 방이다. 양쪽 벽에 창문이 나 있고, 나머지 두 벽에는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이 몇 개인가 세어보니, 모두 여섯 개였다.
나는 그 가운데 한 거울 앞으로 가서 앉았다. 의자에 엉덩이가 푹신하게 파묻힌다. 꽤나 편안하게 만들어진 의자다. 내 얼굴이 거울에 환하게 비쳤다. 얼굴 뒤로는 창이 보였다. 그리고 카운터 옆 부분이 비스듬히 보였다. 카운터에는 사람이 앉아 있지 않다. 창 밖의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윗모습이 잘 보였다.
쇼타로가 여자와 함께 지나간다. 언제 산 것인지, 쇼타로는 파나마 모자를 쓰고 있다. 여자는 도대체 언제 사귄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이 다 무척 희희낙락한 얼굴 표정이다. 여자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그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두부 장수가 나팔을 불며 지나갔다. 나팔을 입에 대고 있어 뺨이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올라 보였다. 부어 있는 채 지나갔기 때문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 평생 벌에 쏘인 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이샤가 나타났다. 아직 화장을 안 한 모양이다. 높게 땋아올린 시마다 머리(주로 미혼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 하는 머리형)가 느슨해져, 어쩐지 머리가 부스스한 것 같다. 또 자다가 말고 나온 얼굴이다. 딱하리만치 얼굴색이 나쁘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인사드립니다, 아무개입니다" 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모습은 끝내 거울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흰 옷을 입은 커다란 사나이가 가위와 빗을 갖고 내 뒤로 다가와, 내 머리를 살펴본다. 나는 그리 많지도 않은 수염을 꼬면서, "어떻소, 잘 다듬을 수 있겠소?" 하고 물었다. 흰 옷을 입은 사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든 호박색 빗으로 가볍게 내 머리를 두드렸다.
"글쎄, 머리는 어떻소, 잘 다듬어질 것 같아요?" 하고 나는 그 사나이에게 또 물었다. 흰 옷을 입은 남자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이, 찰칵찰칵 가위를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거울에 비치는 그림자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싶어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머리카락이 눈으로 날아오는 것이 무서워서, 가위 소리가 날 때마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감아야 했다. 그러자 흰 옷을 입은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손님, 저 길에 있는 금붕어 장수를 보셨습니까?"
나는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흰 옷 입은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위만 찰칵거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로 "위험해" 하고 소리쳤다. 흠칫 눈을 뜨자, 흰 옷을 입은 남자의 소매 밑으로 자전거 바퀴가 보였다. 인력거의 손잡이도 보였다. 그 순간,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꾹 눌러 잡고 옆으로 휙 돌렸다. 자전거와 인력거는 이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위 소리가 찰칵찰칵 난다.
잠시 후 흰 옷을 입은 남자는 내 옆으로 돌면서 귀밑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제 눈 앞에서는 머리카락이 튀지 않아서 나는 안심하고 눈을 떴다. "찹쌀떡, 찹쌀떡, 찹쌀떡 사려어..." 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일부러 작은 절굿공이를 절구에 넣어 장단을 맞추어 떡을 찧고 있다. 찹쌀떡 장수는 어릴 때 이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한 번 좀 보고 싶다. 그러나 거울에는 도무지 찹쌀떡 장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떡을 찧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나는 눈을 모아 거울 한구석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카운터에 어느 새 여자가 한 사람 앉아 있다. 얼굴색이 좀 검고 눈썹이 짙은, 몸집이 커다란 여자다. 은행 머리(메이지 시대에 주로 중년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을 때 하던 머리형의 하나)를 틀어올리고, 검은 공단 깃이 달린 홑겹 옷을 입고서 무릎을 세운 채 지폐를 세고 있다. 지폐는 십 엔짜리인 모양이다. 여자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열심히 소리를 내가며 지폐를 헤아리고 있다. 그 돈 세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도 지폐는 언제까지 세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무릎 위에 올려 놓은 것이 기껏 백 장 정도인데, 그 백 장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백 장이다.
나는 멍하게 여자의 얼굴과 십엔 짜리 지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귀 옆에서 흰 옷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목소리로 "자 머리 감으세요." 하고 말했다.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의자에서 일어서자마자 카운터 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카운터 안에는 여자도 돈다발도 보이지 않았다.
요금을 내고 밖으로 나오니, 문밖 왼쪽에 타원형 물단지가 다섯 개 놓여 있다. 그 안에 빨간 금붕어, 점박이 금붕어, 가느다란 금붕어, 둥그스럼한 금붕어가 잔뜩 들어 있었다. 금붕어 장수가 그 뒤에 있었다. 금붕어 장수는 턱을 괴고, 앞에 놓인 금붕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거리 모습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금붕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금붕어 장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열흘 밤의 꿈 - 여덟째 밤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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