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을 꾸었다.

여섯 살짜리 아이를 업고 있다. 분명히 내 자식이다. 다만 이상하게도 어느 새 눈이 뭉그러져서 장님이 되어 있다. 네 눈이 언제 그렇게 되었느냐고 묻자, "뭐, 아주 옛날부터지" 하고 대답했다. 목소리는 아이 목소리가 틀림없지만, 말투는 마치 어른 같다. 게다가 나와 똑같이 맞먹는 말투다.

길 양쪽은 벼가 푸르게 자란 논이다. 길은 좁다. 해오라기 그림자가 이따금씩 어둠을 가른다.

"논두렁길로 들어섰군." 등뒤에서 말했다.

"어떻게 알지?" 얼굴을 뒤로 돌려 묻자,

"해오라기가 울지 않나."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해오라기가 과연 두어 번 울었다.

나는 내 자식이지만 조금 무서워졌다. 이런 녀석을 업고 있다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디 내다버릴 곳은 없을까 하고 맞은편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 커다란 숲이 보였다. '저기가 좋겠다' 하고 생각하자마자, 등뒤에서,

"흐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웃어?"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 무거워?"하고 물었다.

"무겁지 않아."하고 대답하자,

"곧 무거워질 거야." 하고 말했다.

나는 잠자코 숲을 향해 걸어갔다. 논 가운데 길이 구불구불 불규칙하게 이어져, 생각대로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지 않는다. 얼마쯤 가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나는 그 갈림길에 서서 잠깐 쉬었다.

"돌이 서 있을 텐데." 하고 아이가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방 여덟 치 되는 네모난 돌이 허리 정도 높이로 서 있었다. 그 돌에는 왼쪽 히가쿠보(日窪), 오른쪽 홋타하라(堀田原)라고 새겨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도룡뇽의 배 같은 색깔의 붉은 글자가 또렷이 보였다.

"왼쪽이 좋겠지." 아이가 명령했다. 왼쪽을 보니 아까 보이던 그 숲이 하늘로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 머리 위로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잠깐 망설였다.

"망설일 것 없어." 아이가 또 말했다. 나는 할 수 없이 숲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장님이 용케도 모르는 것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외줄기 길을 걸어 숲 쪽으로 다가가는데, 등뒤에서 "아무래도 장님은 너무 불편해서 곤란해." 하고 말했다.

"그래도 업어 주니까 괜찮지 않으냐."

"업혀서 미안하기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지 정말 곤란해. 부모들까지 그러니 말이야."

어쩐지 기분이 나빠졌다. 빨리 숲으로 가서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걸음을 서둘렀다.

"조금만 더 가면 알게 될거야... 꼭 이런 밤이었지." 등뒤에서 아이가 혼자말처럼 중얼댄다.

"뭐가?"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뭐긴 뭐야, 다 알고 있으면서..." 하고 아이는 조롱하듯 대답했다. 그러자 어쩐지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단지 이런 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걸 알게 되면 큰일이니, 알기 전에 빨리 버려 버리고 안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아까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길은 더욱 어두워진다. 거의 정신이 나간 것처럼 걷는다. 다만, 등에 조그마한 아이가 달라붙어, 그 아이가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샅샅이 비추면서 사소한 사실 하나도 낱낱이 놓치지 않는 거울처럼 번득이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자식이다. 그리고 장님이다.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여기야, 여기. 바로 여기 그 삼나무 그루터기야."

빗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어느새 숲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아이의 말대로 한 칸 정도 저만큼 앞에 있는 검은 그림자는 분명히 삼나무처럼 보였다.

"아버지, 그 삼나무 그루터기 있는 곳이었지?"

"응, 그렇지."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대답했다.

"문화 5년(에도 시대 연호. 1808년) 진년(辰年)이었지?"

그러고 보니 정말 문화 5년 진년이었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네가 나를 죽인 것은 지금부터 꼭 백 년 전이었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문화 5년 진년 이렇게 캄캄한 밤에, 이 삼나무 밑에서 한 장님을 죽였던 기억이 불현듯 머리속에 떠올랐다. 내가 살인자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 등에 업힌 아이가 갑자기 돌부처처럼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