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이 나라의 정권을 잡을 사람으로 내정된 흥선은, 그 날을 위하여 그의 활달한 눈을 온갖 곳에 붓고 비판하여 보았다. 보는 때마다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폐궁 경복궁의 개축 문제―

 

경복궁뿐 아니라 그 사이 돌보는 사람이 없으므로 무너지고 기울어진 조선 팔도 각 곳의 정자 누각 청사들의 수리 문제―

 

국고(國庫)와 권문의 사고(私庫)와의 구별이 확연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럽고 어지러운 재정 문제―

 

관리 등용의 방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섭게 횡행하는 매관 매작 문제―

 

조세(租稅)에 대해 상세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지방 수령들이 함부로 받아 벗겨 먹는 조세 문제―

 

무(武)를 너무도 낮추 보기 때문에 지금 근심하게 된 군대 문제―

 

거처와 활동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의복 문제―

 

필요 없이 긴 담뱃대며 필요 없이 큰 봉투 등으로 국민 생활의 쓸데없는 비용이 많이 나가는 점―

 

일일이 세자면 끝이 없는 이 많고 많은 문제를 모두 일시에 꺾어 버리고 다시 새로운 제도를 세우기 위하여 흥선은 그 방책을 세우기에 노력하였다.

 

이런 일을 모두 서서히 개량하자면 몇 대의 왕, 몇 백 년의 날짜를 가지고도 하지 못할 것이다. 썩어 들어가는 곳은 당연히 잘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불평이 있고 많은 반대가 있을 것이나, 쇠뿔은 단김에 뽑지 않으면 안 된다. 흥선 자기로도 짐작이 안 가는 바가 아니거니와, 자기와 같은 사람이 조선 정계에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생겨난 이 기회에 모든 폐단을 단연히 잘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돌아보건대, 태조 건국한 때부터 벌써 움이 트기 시작한 왕위 계쟁 문제가, 지금 구르고 또 굴러서 자기의 아들의 앞에까지 이르렀지만, 이번 이 기회를 타서 그 문제까지도 철저히 해결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국왕이라 하는 것은 결코 종실의 가장뿐이 아니다. 종실의 가장이면서 또한 이 나라 삼백여 주의 주인이다. 그런 국왕을 종실의 연로자(年老者) 한 사람뿐의 의견으로 좌우한다는 이 제도부터가 글러먹은 제도다. 그 제도의 덕에 자기의 위에도 지금 바야흐로 영광이 떨어지려 하지만, 제도는 결코 옳은 제도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지럽고 시끄럽고도 많은 문제이다.

 

이 많고 어지러운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하여 흥선은 그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자기가 손을 써야 할 날이 이르기만 하면, 맹렬히 일어서고 그 굳센 주먹을 휘두르기 위하여 그 날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것은 몹시 긴장되고도 또한 명랑한 생활이었다.

 

조 대비와 자기의 사이에는 물론 단단한 묵계가 맺어졌다. 상감 승하하기만 하는 날에는 지금부터 십여 년 전에 강화(江華)로 굴러 내려갔던 어보가 이번 자기의 손으로 들어오게 약속은 되었다.

 

그러나 또한 생각하면 맹랑한 문제였다. 국왕의 승하를 기다리는 불충한 일과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