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성(聖)과 속(俗)의 대립은 유사 이래 문학과 예술, 철학 등 인간의 정신세계 전반을 관통해오는 핵심 주제의 하나이다. 본질적으로 그 대립은 항상 비극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짧은 단편에 이렇게 날카롭고 처절하게 그 비극성을 드러낸 작품은 드물 것이다. 성직에 종사하는 거룩한 사제의 집안을 자임해온 어느 가족이 잔인한 세월의 연마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전락했는지 이 작품은 소름 끼칠만큼 정확한 삶의 단면을 통해서 묘사한다. 마지막 장면은 그러한 전락이 어느 지점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라리 일종의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