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신자들이 오냐?

 

나는 마테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나는 이 부락의 공소가 마테오네 가족들에 의해서 여태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테오는 그 동안에 하나둘씩 떨어져나가고, 지금은 몇 사람 남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어떤 때는 우리 집 식구들만 모여서 기도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를 떠날 때까지는 공소를 포기할 수 없지요.

 

마테오는 아주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공소의 지도자냐?

 

어머니가 하던 일을 제가 떠맡았어요.

 

어머니는 언제쯤 오시지?

 

나는 무심코 이렇게 물었다. 마테오는 이 물음에 한동안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저수지의 수면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녀석은 어머니가 치료를 받으려고 광주로 나갔다는 민섭씨의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마테오는 손님께서는 우리 어머니에 관해서도 잘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물론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마테오가 묻지도 않았건만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을 몇 가지 얘기해주었다.

 

너의 어머니는 어디 계시냐? 어디 계시냐구?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마테오는 나직한 소리로 대답했다.

 

결핵이 온몸에 번지어 결국 돌아가셨죠. 그게 재작년 이맘 때군요. 만약에 돌아가시기 반년 전에만 수술을 받았더라면 당신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고 나중에 의사가 말했지요.

 

그럼 생전에 한 번도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말이냐?

 

읍내 보건소에서 한번 진찰을 받은 일이 있지요.

 

나는 저수지의 수문이 있는 곳을 향해 제방 길을 부리나케 걸어갔다. 뒤따라오는 마테오가 그만 돌아가자고 재촉했으나 나는 돌아서지 않았다. 수문 근처는 바람이 더욱 차갑고 거세어서 바람과 마주설 때는 숨이 헉헉 막힐 것 같았다. 거기서 더 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돌아서서 마침 가까이 오는 마테오의 두팔을 꽉 붙잡았다. 녀석은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갑자기 마테오에게 미란이가 틀림없이 영애의 딸이냐고 물었다. 어째서 하필 수문까지 마테오를 끌고 와서 그 얘기를 꺼냈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마테오는 너무 엉뚱한 질문이어서인지, 혹은 바람결에 미처 듣지 못한 탓인지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에는 말을 바꾸어 영애의 남편이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마테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누나가 아주 불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죽었냐?

 

아니오. 그런 게 아니고, 그 남자는 알고 봤더니 본처가 있는 남자였죠. 그자에게 누나가 속았어요.

 

그다지 쉽게 속을 수가 있어?

 

마치 나는 피해자가 되는 것처럼 버럭 역정을 냈다. 마테오는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그자가 한동안 식량과 땔감까지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업조합에 근무하고 있던 남자는 서둘러서 전출해간 뒤로, 소식을 끊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