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른바 그 끈이 끊어져 있어서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는다. 오른손에 장갑을 끼고 무릎에 탁탁 쳤다. 그런 다음 장갑을 낀 두 손으로 듬뿍 눈과 함께 성냥을 긁어 올려 무릎에 놓았다. 그러나 이걸로 일이 다 된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계속 시도한 끝에 장갑을 낀 두 손목으로 간신히 성냥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간다. 억지로 입을 벌리는 바람에 얼음이 버석버석 깨진다. 성냥을 아래턱에 붙이고 입술로 성냥 꼴을 하나 빼내려고 윗니로 성냥 다발을 긁었다. 성냥 꼴이 빠져 나왔으나 그만 무릎에 떨어지고 말았다.

도무지 잘 되는 게 없다. 그 성냥 꼴을 도무지 집어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 성냥 꼴을 이빨로 물어서 빼낸 다음에 다리에 부비는 것이다. 스무 번 이상 부빈 다음에야 겨우 불이 켜졌다. 불이 켜지자 이빨에 문 그대로 벚나무 껍질에 갖다 댔다. 그러나 유황 연기가 타오르면서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바람에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왔다. 성냥은 다시 눈에 떨어져 꺼져버렸다.

설퍼 크리크의 그 노인이 말한 것이 맞았어! 그는 절망하는 그 순간에도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계속 생각했다. 영하 50도 이하에서 밖을 돌아다니려면 반드시 동행이 있어야 한다. 그는 다시 두 손을 때렸지만 이제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불현 듯 이빨로 장갑을 물어 빼고는 두 손을 다 차가운 공기에 드러냈다. 두 손목으로 성냥 다발을 꼭 끼어 잡았다. 아직 팔의 근육은 얼지 않았다. 그래서 두 손목을 다 쓰면 성냥 다발을 꼭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성냥을 다리에 부벼댔다. 불꽃이 확 일어났다. 유황 성냥 70 개비가 한꺼번에 불타오른 것이다. 바람이 없어서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젖혀 숨이 막힐 것 같은 성냥 연기를 피하면서 불이 붙은 성냥 다발을 전나무 껍질에 갖다 댔다. 그렇게 하고 있노라니 손에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아픔으로, 그리고 다시 찌르는 것 같은 격심한 통증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는 아픔을 참고 성냥불을 계속 벚나무 껍질에 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손이 불 기운을 흡수하는 때문인지 벚나무 껍질에는 쉽사리 불이 붙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 손을 놓아 버렸다. 타고 있던 성냥 다발이 치익- 소리를 내며 눈 위로 떨어졌다. 그래도 벚나무 껍질에는 아직 불이 붙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마른풀과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을 그 불 위에 놓기 시작했다.

두 손목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잘 탈만한 나무를 고를 수는 없었다. 썩은 나뭇가지나 가지에 묻은 푸른 이끼 따위는 되도록 이빨로 떼어내려고 했다. 조심스럽게, 볼품없는 동작으로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불을 살렸다. 이것은 바로 생명의 끈이라고 해야 한다. 절대 꺼트려서는 안 된다. 이미 피부에는 피가 돌지 않는 것 같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그는 점점 더 겁에 질렸다.

그때 커다란 푸른 이끼 조각이 불 위로 똑바로 떨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 이끼 조각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몸이 떨리는 바람에 그 조그마한 불씨가 온통 흐트러지고 말았다. 타고 있던 마른풀과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다시 긁어모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몸이 떨려서 모을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은 결국 다 흩어져버렸다. 가지에 붙은 불은 하나씩 하나씩 연기를 내면서 꺼졌다. 불을 공급해야 할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역할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는 망연자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득 개가 눈에 띄었다. 개는 타다 남은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눈 위에 앉아 있었다. 개는 앞발을 번갈아 조금씩 들어가면서 몸의 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는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몸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계속하면서 개는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었다.

개를 본 순간 그의 머리에는 무서운 생각이 번득였다. 엄청난 눈보라를 만나 데리고 있던 소를 죽이고 그 시체 속에 들어가 목숨을 건졌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개를 죽이고 아직 그 시체에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두 손을 거기에 넣는다. 그러면 손의 마비도 사라지고, 불도 다시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개를 불러 가까이 오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서 개는 어떤 공포를 느낀 모양이었다. 아직까지 개는 주인이 그런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수상하다… 개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깨달았다. 어떤 위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개의 머리 한 구석에서 그에 대한 경고음이 들려온다.

개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귀를 늘어뜨리고 몸을 굽혔다 펴는 동작, 그리고 앞발을 번갈아 들어올리는 동작이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그에게 다가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엎드려서 개에게 기어갔다. 이 이상한 모습이 더욱 개의 불안감을 부채질한 모양이다. 개는 옆으로 슬쩍 몸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