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크가 밑바닥까지 다 얼어붙은 것은 잘 알고 있다. 이 극지(極地)의 겨울에 물이 고여 있는 크리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산기슭에서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다. 이 물은 눈 밑으로 스며들어 얼음 사이를 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샘물은 아무리 추운 날에도 얼어붙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엄청난 위험이었다. 그 역시 그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함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눈 밑에 3인치, 심한 경우 3피트 깊이의 물이 고여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반 인치 두께의 얼음이 덮여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눈이 쌓이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눈이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 한 번 빠지면 우당탕 빠져 들어가 허리까지 완전히 물에 젖는 일도 생기게 된다.

그가 그 때 기겁을 하고 발을 주춤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발이 휘청하면서 눈에 덮인 얇은 얼음이 와자작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런 추위 속에서 발을 적시는 것은 무척 곤란하고 위험한 일이다. 피해가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일단 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별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면서 신발을 벗고 양말과 모카신을 말려야 한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시냇물 바닥과 양쪽 둔덕을 살폈다. 물은 오른쪽에서 흘러오고 있다. 그는 코와 볼을 비비면서 잠시 궁리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확인하면서 발을 내디뎌 왼쪽 시냇가로 방향을 옮겨갔다. 됐다, 일단 위험은 벗어났다. 그는 다시 담배를 꺼내 씹으면서 씩씩하게 원래대로 시속 4마일의 행진을 계속했다.

그는 그 뒤 2시간 동안에 그런 함정을 몇 개나 만났다. 물웅덩이를 감추고 있는 눈은 대개 움푹 패어 들어가 있고, 거기에 사탕 과자 모양의 결정이 생겨난다. 그러니까 자세히 살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또 한 번은 위험해 보이는 장소에 개를 먼저 보내려 했다. 그러나 개는 쉽게 가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가 뒤에서 떠밀자 잽싼 걸음으로 아무 자국도 없는 눈 위를 가로질러 갔다. 그러나 갑자기 개는 아래로 푹 꺼지면서 물에 빠졌다. 개는 버둥거리면서 안전한 곳으로 빠져 나왔다.

개의 앞발과 뒷다리가 온통 젖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개는 허둥지둥 혀로 다리에 얼어붙은 얼음을 핥았다. 그리고 눈 위에 주저앉아 발톱 사이에 얼어붙은 얼음을 이로 물어 깨기 시작했다. 그것은 본능적인 동작이었다. 얼음을 그대로 두면 발은 동상에 걸리게 된다. 물론 개가 그것을 인식할 리는 없다.

다만 개는 지금 생명의 내부 저 깊숙한 곳에서 시키는 명령에 복종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인간인 그는 그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오른손 장갑을 벗고 개가 얼음 조각을 깨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가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찬 공기에 드러낸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가락은 추위에 얼어붙어 무섭게 빨리 마비됐다. 정말 지독한 추위였다. 그는 서둘러 장갑을 다시 끼고 가슴을 마구 쳐서 손을 녹이려 했다.

낮 열두 시는 가장 태양이 밝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지방에서 겨울철의 해는 저 멀리 남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지평선 위로 보일락 말락하는 정도였다. 헨더슨 크리크와 지평선 사이를 솟아오른 땅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한낮의 개인 하늘 아래에 크리크를 걸어가는 그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열두 시 반, 그는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크리크의 분기점에 도착했다. 그는 스스로의 걸음이 빠른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대로 간다면 저녁 여섯 시에는 틀림없이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켓과 셔츠 단추를 풀어 점심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기껏 1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에 찬 공기에 드러난 손가락은 무서운 속도로 얼어붙었다. 그는 장갑을 바로 끼지 못하고 손가락을 다리에 몇 번씩 세게 두들겼다. 그리고 나서 눈이 덮인 통나무에 걸터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다리를 두드린 손가락의 아픔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이제 빵 한 조각 차분하게 먹을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그는 연달아 손가락을 다리에 두드리고 나서 장갑을 끼고 다른 손의 장갑을 빼고 빵을 먹으려고 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가득 빵을 베어 물려고 했지만 입가의 얼음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다. 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껄걸 웃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게 웃는 동안에도 찬 공기에 드러난 손가락이 다시 마비되는 것을 깨달았다.

통나무에 걸터앉을 때 발가락이 느꼈던 통증도 벌써 사라졌다. 도대체 지금 자기 발가락이 따스한 것인지, 아니면 마비되어버린 것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모카신 속에서 발가락을 오므락거리고 나서야 발가락이 이미 마비된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는 부랴부랴 장갑을 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까처럼 쿡쿡 쑤시듯이 아픈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발을 동동거렸다. 분명 춥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설퍼 크리크에서 왔던 친구가 그랬지… 이 지방은 가끔 지나칠 정도로 추워진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때 나는 그 친구를 비웃지 않았던가!

이것이야말로 모든 일에 지나치게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는 좋은 증거이다. 그래 맞다! 정말 너무나 춥다. 그는 성큼성큼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발을 동동거렸다. 그리고 두 팔을 여기저기 두드렸다. 그러자 겨우 온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런 다음에 성냥을 꺼내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봄 홍수 때 떠내려온 지푸라기들이 덤불 근처에 쌓여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땔나무를 모으고 불을 피우려고 했다. 마침내 조그만 불씨를 잘 살려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은 이제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그는 몸에 붙은 얼음을 불에 쬐어 녹이고 나서 불을 쬐며 빵을 먹었다.

이 때만은 주위의 지독한 추위도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선다. 개는 좋아라고 뛰면서 몸을 녹이려고 불 가까이 다가왔다. 불에 바짝, 그러나 데지는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서 몸을 쭉 펴고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