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끝내자 그는 파이프에 담배 잎을 담아 기분 좋게 한 대 피웠다. 그리고 나서 장갑을 끼고 모자를 귀까지 푹 눌러쓴 다음 일어났다. 그리고 왼쪽 지류를 끼고 크리크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는 실망스러운 듯 모닥불을 돌아봤다.

그는 추위라는 걸 모른다. 틀림없이 그의 조상들도 모두 추위라는 것에 대해서 뼈저리게 경험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추위, 빙점 아래로 107도나 내려가는 추위라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으리라. 그러나 개는 알고 있다. 그리고 개의 조상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개는 조상들의 지식을 이어받아 이렇게 무서운 추위에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는 지금 이런 시기에는 눈 속에 굴을 파고 기분 좋게 누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가로막아줄, 두툼한 구름의 장막이 드리워지는 그 때를 기다려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사나이와 개는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다. 개는 그의 노예일 뿐이다. 지금까지 개가 그에게서 받아온 사랑이란 그저 후려갈긴다고 위협하는 거친 고함 소리 뿐이었다. 그래서 개는 자기가 느끼는 위험을 그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가 안전하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개가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도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일 뿐이다. 그러나 사나이는 휘파람을 불며 개를 불렀다. 바로 그 후려갈긴다는 위협을 하며 소리를 친 것이다. 개는 움찔하면서 그 뒤를 쫓아갔다.

그는 다시 담배를 씹으며 침을 뱉기 시작했다. 호박 색깔의 수염도 입 주위에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누런 입김이 입 근처 수염에, 그리고 윗눈썹과 속 눈썹에 하얗게 달라붙기 시작한다. 헨더슨 크리크의 왼쪽 지류에는 위험한 샘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길을 떠난 지 반 시간 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 때 그는 갑자기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다지 깊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눈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위로 허둥대며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벌써 그의 무릎은 절반 가량 젖어 있었다.

그는 화를 내면서 재수가 없다고 투덜댔다. 여섯 시 쯤에는 캠프에 도착해 동료들과 만나서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적어도 한 시간 가량은 늦어질 것 같다. 불을 피우고 신을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정도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발걸음을 돌려 시냇가 둑으로 올라갔다.

둑 위에는 조그만 전나무 주위에 마른 나뭇가지들이 엉켜 있었다. 아마 홍수 때 떠내려왔을 것이다. 대부분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었지만 그 가운데는 큰 가지도 있었다. 가느다랗게 말라붙은 지난해의 풀도 많았다. 그는 눈 위에 큰 가지를 몇 개 벌려놓았다. 그것이 불의 받침대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게 있어야 불이 타 들어가 눈이 녹아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벚나무 껍질을 꺼내어 성냥을 켜고 불을 붙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종이를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불이 잘 살아났다. 그는 받침대에 벚나무 껍질을 놓고 마른 풀더미 몇 개와 제일 작은 마른 가지들을 골라서 작은 불씨를 피우려고 했다.

그는 이제 뼛속 깊이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차근차근 조심해서 불을 살렸다. 차츰 불꽃이 커지면서 이번에는 좀더 큰 가지를 넣었다. 눈밭에 웅크리고 앉아 덤불에 얽혀있는 조그만 가지를 꺼내 불에다 집어넣었다. 지금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영하 75도에서는 단 한 번에 불을 피워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발이 젖어 있다.

발이 젖어 있지 않다면 반 마일 정도 뛰면 혈액 순환이 되돌아온다. 그러나 한 번 발이 젖으면, 그리고 영하 75도의 기온에서는 빨리 달려도 혈액 순환이 회복되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점점 더 단단하게 몸이 얼어붙을 뿐이다.

그는 이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설퍼 크리크의 해안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경험을 쌓았던 그 노인이 작년 가을에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그 노인의 충고를 뼈에 사무치게 고맙게 되새기고 있었다. 발은 벌써 거의 감각을 잃은 상태다. 불을 피우기 위해 장갑을 벗었기 때문에 손가락도 이미 마비되어 있었다.

시속 4마일로 걸을 때에는 심장에서 뿜어내는 피가 온몸 구석구석, 피부와 손발에까지 고루 돌고 있다. 그러나 일단 발걸음을 멈추면 심장의 고동도 약해진다. 텅 빈 허공의 이 추위, 혹독한 추위가 지구라는 혹성의 한쪽 모서리를 혹독하게 몰아치는 것이다. 그 모서리에 서 있는 그에게 추위는 인정사정 없이 밀어닥친다.

몸속을 돌고 있는 피도 이 추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숨을 죽여야 한다. 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피도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개처럼 추위를 피해 한 구석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시속 4마일로 걷게 되면 피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몸 표면까지 흘러든다. 그러나 이제 피는 추위를 피해 몸 속 저 깊이 숨어버렸다.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바로 손과 발이다. 그의 손발은 아직 완전히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젖은 발은 훨씬 빨리 얼어붙는다. 노출되는 손가락은 그만큼 빨리 마비된다. 코와 볼은 이미 얼어버렸다. 피가 점점 몸 안으로 후퇴하면서 온몸이 그만큼 얼어붙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발끝과 코, 뺨이 동상에 걸려 아픈 정도이리라. 이제 불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손가락만큼 굵은 나뭇가지를 불에 넣는다. 조금만 더 있으면 팔목만큼 굵은 나뭇가지를 불에 넣어 태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신발을 벗어도 된다. 그렇게 손발을 말리고, 벗은 발에 불을 쬘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눈으로 발을 잘 문질러야 한다.

잘 타는구나. 타오른다. 그는 설퍼 크리크의 그 노인의 충고를 머리속에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그 노인은 말했다. 영하 50도 이하에서는 그론다이크 지방을 절대 혼자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아주 엄숙하게 타일렀지. 그런데 말씀이야… 나는 이렇게 여기 혼자 와 있지 않은가. 물론 어렵기는 하지, 단 혼자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어려움을 빠져 나오지 않았느냐 이 말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