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쁘다(1) - 제비와 뱀

 

글을 써 보려고 대문을 닫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았다. 만년필에 잉크를 잔뜩 넣어 들고 원고지 위에 손을 놓았다. 그러나 글을 쓸 새가 없이 나는 바쁘다.

제비 새끼들이 재재재재하고 모이 물고 들어오는 어버이를 맞아들이는 소리가 들린다. 받아먹는 것은 번번이 한 놈이지마는 다섯 놈이 다 입을 벌리고 나도 달라고 떠든다. 그러나 어버이는 어느 놈에게 주어야 할 것을 잘 알고 새끼들도 이번이 제 차례인지 아닌지를 잘 알면서도 괜히 입을 벌리고 재재거려 보는 것이다. 차례가 된 동생이 받아먹은 뒤에는 다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다.

인제 제비 새끼도 깐 지 이 주일이나 되어서 제법 제비 모양이 다 되었다. 뒤를 볼 때에는 그 좁은 데서 비비대기를 쳐서라도 꽁무니를 밖으로 돌려대는 것은 사오 일 전부터도 하는 일이지마는 어제 오늘은 두 발로 잔뜩 집 언저리를 거머쥐고 꼬랑지를 내밀 수 있는 대로 밖으로 내밀어서 부정한 것이 집터에 묻지 아니하도록 애를 쓰게 되었다. 방바닥에 싸놓은 똥을 어미 아비가 물어내던 것은 벌써 옛날 일이다.

인제는 그들은 눈깔을 떠서 배 타고 앉은 사람들 모양으로 고개를 내어둘러서 사방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저께는 어버이 제비들이 거진 한나절이나 새끼들에게 모이를 안 먹이고 빨랫줄에 돌아와 앉아서 소리를 하였다. 이것은 새끼들더러 날아 나와 보라는 뜻인 모양이나 새끼들은 아직 그 날갯죽지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어서 어버이를 바라보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어미 제비들은 하릴없이 다시 물어다가 먹이기를 시작하였다.

새끼들이 자란 탓인지, 아비 제비가 어제 오늘은 어미 제비를 어르는 행동을 시작했으나 어미 제비는 거절하였다.

"주책도 없이. 어디다가 알을 낳으란 말이오?"

암제비는 이렇게 남편을 책망하는 것이었다.

"찌째, 찌째."

하는 소리를 어미 제비가 반복하는 것은 '조심하라, 적이 가까이 왔다."하는 경보다. 그저께는 하도 이 경보가 심하기로 나가 살펴보았더니, 아래채 기와 끝에 젊은 구렁이 한 마리가 참새집을 찾느라고 슬슬 기고 있었다. 접때 안마당 쪽으로 가지런히 넷이나 있던 참새집이 갑자기 없어진 것도 이놈 때문이었다.

참새는 농가의 미움받이라 뱀이 잡아먹어도 괜찮지마는 제비집을 건드려서는 큰일이다. 나는 작대기를 가지고 때려잡아서 땅을 파고 묻으려고 했더니 마침 와 있던 창욱이라는 사람이,

"뱀은 묻는 것이 아니랍니다. 막대기에 걸어서 내다가 홱 던지는 법이랍니다."

하고 뱀 장수 하는 예법대로 하였다.

뱀이란 언제 보아도 싫은 짐승이다. "사람의 자손은 네 자손이 머리를 까고, 네 자손은 사람의 자손의 발뒤꿈치를 물어서 영원히 서로 원수가 되리라."고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다는 창세기 말은 우리 감정으로 보아서 꼼짝할 수 없는 진리다. 그 입하고 눈하고! 생각만 하여도 몸에 소름이 끼치는 짐승이다. 뱀의 편으로 보면 사람도 그러할까.

그러나 뱀에는 업구렁이라는 것이 있다. 집터에 있어서 쥐와 새를 잡아먹으므로 주인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상사뱀이란 것이 있다. 남녀간에 외짝 사랑을 하다가 죽으면 뱀이 되는 것이다. 생전에 사랑하던 여자의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뱀이 되어서 남자에게 붙는지 않는지는 나는 듣지 못하였다. 재산에 탐을 내면 구렁이가 되고 여자에게 탐을 내면 상사뱀이 된다. 무릇 무엇에나 탐을 내어서 잊지 못하면 뱀의 몸을 받는 것이다.

뱀은 이렇게 악업이 깊은 짐승이라, 그의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고 법화경에도 씌어 있다. 부처님의 말씀을 비방한 자는 큰 구렁이가 되어서 그 비늘마다 벌레가 있어, 가려워 못 견딘다고 한다. 돈에 욕심과 독을 품고 항상 그늘로만 숨어 다니는 그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세상이 넓고 중생이 많다 해도 뱀을 사랑하는 이가 있을까. 사람 중에도 뱀 같은 이가 있지 아니할까.